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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구스티노 Apr 24. 2023

E 팀장과 I 팀원

공감 11 │ 서로의 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들려면..



어느 날 팀원이 말한다.

"MBTI 얘기 그만하시면 안돼요?"



나는 E 성향이 좀 높게 나오는 MBTI 성향을 가졌다. 그런 나에게 I 성향의 팀원들이랑 아주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I 팀원들만 모여있는 자리는 어렵게 느껴진다.


불행하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나는 얼굴에 힘든 내색이 쉽게 드러나는 편이다. 그래서 I 팀원들과 함께 있을 때 뭔가 혼자 얘기하는 듯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생각이 들면서 얼굴에 티가 났을 것이고, E 성향과 I 성향을 나누는 듯한 얘기를 몇 차례 하다 보니 결국 I 팀원들 중 한 명이 못 참고 저 말을 한 것이다. 내가 잘못했다. 인정한다. 그 이후로 I 팀원들만 있는 자리에서 MBTI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 하려고 노력한다.

 



I 팀원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느끼는 압박감이 있다. 그것은 뭔가 끊임없이, 내가 얘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E들과 같이 있을 때는 서로 간의 에너지가 시너지를 내면서, 마치 용처럼 위로 타고 올라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I 성향의 사람들만 존재하는 곳에서는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다.

내가 말을 안 하면 정적이 꽤 오래 지속되는데, 그것이 참기 어려워서 나는 또 말을 하고 만다. 그 잠깐의 정적을 기다려주면 될 텐데 내가 또 말문을 열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꾸 주제를 던져야 하고, 말문을 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에너지 소비의 큰 원인인 듯하다. 굳이 그런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는데도 나 혼자 오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I 팀원 입장은 사실 나보다 더 많이 힘들 것이다. 끊임없이 들어줘야 하니까 말이다.

조금 정적이 있으면서 생각을 천천히 하고도 싶을 텐데, 내가 그 정적을 깨버리면서 주제를 던져버리니까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들이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그렇게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팀장이라는 사람과 있어서 안 그래도 불편한데, I 성향이 더해져서 더욱 말을 안 하는 것이라 추측된다.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E 성향의 팀장은 정적을 참기도 어렵거니와, 오래간만에 같이 하는 자리인데 뭔가 대화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욕심)이 든다. 그래서 I 팀원들로부터 말을 이끌어내고 싶어서 이런 주제도 던지고 저런 주제도 던져본다. 주제를 던진 후에 내가 말을 더 꺼내는 것은 최대한 참아본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이 그렇게 길지가 않다. 단답형 까지는 아니지만 짧은 한두 문장 후에 더 이어지는 얘기가 없는 것이 다반사다. 내가 공감 가득한 리액션을 부족하게 해서 그런 것인가.라는 반성이 든다. 얘기가 술술 안 나오는 경우에 충분히 들만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 이 자리가 지금 싫은가 보다. 불편한가 보다.'

'아, 내가 빨리 끝내줘야겠다. 근데 그래도 그렇지, 여기 식당에 온 지 이제 겨우 4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먹은 시간 제외하고 얘기를 나눈 시간은 15분도 안 되는 거 같은데?'


그럼 또 얘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드라마에 대해 얘기해본다.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하나 보다. 어떤 드라마를 꺼내놔도 잘 모르는 눈치다. 예능도 많이 보지 않는 듯 하다. 나는 책을 잘 모르는데, 책 얘기를 해야 하나. 아니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아, 어렵다...



그러다가 결국 또 회사 얘기를 꺼내본다.

누가 어떻다더라. 무슨 일이 있었다더라. 그런 얘기를 아무래도 E 성향의 팀장인 내가 여기저기서 훨씬 많이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I 팀원들은 또 듣고만 있다. 그들은 E 팀장만큼 회사의 소문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고, 그러면 나만 남얘기 하기 즐겨하는 사람인 듯 되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서 더 얘기하고 싶지가 않다.


'이게 아닌데.. 분명히 다른 I 성향의 사람들이랑은 재밌게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 팀원들도 친구들이나 편한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분명 얘기를 더 많이 할 텐데..'

좀 힘들다. 정적도 힘들고 내가 팀장이랍시고 그들의 귀한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그저 밥만 서둘러 먹고 30~40분 만에 헤어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별 반응이 없었고.. 같은 회사를 다니니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했는데도 그들은 그렇게 감흥이 없었다. 이제 슬슬 지치는 것을 넘어 나도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진다. 그러나 나는 팀장이니까 그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이게 아마 패착일 수 있다. 그저 조용히 밥을 먹었으면 조용히 보내주면 되는 것인데..)


'그래, 그럼 이번에는 회사생활의 애로사항을 들어보자.'




"특별히 없어요.."

아.. 애로사항을 물어봤거만, 특별히 없다고 한다. 특별히 말고 소소하게라도 뭐 없나 싶어서 더 물어본다.

"그래도 뭐라도 있을 거 같은데, 얘기 좀 해보자~"

"정말 없어요.."

말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아, 나를 불편해하거나 얘기해 봤자 변화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아, 도대체 여기서 더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하나.'



'그래. 이제 먹을 것도 다 먹었겠다. 마지막 디저트를 시켜보자.'

'디저트 나오는 시간까지 시간을 벌고 그다음은 디저트 조용히 맛있게 먹고 일어나면 되겠다.'


디저트가 나온다. 맛있다고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흐뭇하긴 하다.

'그래. 말이 필요 없나 보다.'

'맛있는 거 먹으면 그걸로 힐링이 되고, 행복한가 보다. 그래.. 그러면 좋은 거지, 뭐..'


말을 더 이상시키지 말자. 지금 순간을 그저 조용히 즐기라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또 이런 생각을 한다.

'오늘도 나만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자 자리를 한 것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그렇게 아쉬운 자리가 되었다.


그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오늘도 들어주느라 힘들었네..'

그들에게도, 그렇게 아쉬운 자리가 되었다.



나는 회사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에 대한 기대가 많다. 가족보다 많이 보는 사람들인데, 같이 즐겁게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순수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어렵다. 나의 경우에는 I 성향의 사람들 속에 홀로 E 성향으로 있는 자리에서 다소 어려움을 느낀다. 불편하다기보다는, 뭔가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에너지가 쓰인다. 다들 있기 싫어하는 자리에 억지로 나온 사람들 같은데, 그래도 좋은 자리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노력을 힘껏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MBTI가 절대 전부가 아니다. MBTI는 편견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업무적으로 부족한 모습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업무적인 역량에 있어서는 E 성향의 팀원과 우열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점심이나 저녁에 있어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I 팀원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노력하면 더 좋은 자리로 만들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갖고 산지 벌써 3년이 넘었는데, 드디어 I 팀원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며칠 전, 큰 아이디어를 얻었다. I 성향의 팀원 세명과 저녁 자리를 함께 하였는데, 같이 얘기를 하다보니 E나 I에 상관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안이 나오게 되었다.


‘아, 그래! 왜 이런 생각을 안 했을까?!’




그 아이디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 다음 편에 계속.. ]







*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저에게 댓글로 아이디어를 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더 즐겁고 신나는 팀을 만들기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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