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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구스티노 May 10. 2023

타이타닉 같은 회사

공감 12 │ 침몰하는 회사 vs  건강한 회사


타이타닉은 1912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선이었다. 그 어떤 배보다 크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그렇게 크고 기술력이 총집결된 배가 침몰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빙산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첫 항해이자 마지막 항해가 되었다.


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타이타닉에 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여타 작은 배들에 비해서 어떤 파도에도 어떤 암초에도 큰 문제없을 것 같아서이고, 다른 하나는 타이타닉이 그러했듯 서서히 침몰하는 중에 있는지도 몰라서이기 때문이다.


과거 기아차, 한보, 동아건설 등이 무너졌고, 대우와 STX도 결국 쓰러졌다. 지금 당장은 큰 회사일지 몰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큰 회사에 다닌다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큰 파도에도 갑작스러운 암초에도 쓰러지지 않는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어떤 회사가 위기에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위기가 병이라고 한다면 그 병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마도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일 것이다. 우리의 회사가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병(위기)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가 건강한 회사인가.

건강함을 측정하는 근거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5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듯하다. 매우 주관적인 의견임을 미리 밝힌다.  

 




1.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 제도적으로 안정적인 회사


회사는 누군가의 감정으로, 어떤 이들의 정치질로 돌아가면 안 된다. 시스템으로 돌아가야만 실수를 방지할 수 있고, 욕심을 통제할 수 있다. 대충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실수가 불안요소로 보인다 하더라도, 잘 갖춰진 시스템은 결정적인 실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내부통제 시스템은 직원들의 허황된 욕심을 원천차단하고 사적인 개입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준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많은 인원을 통제하기 어렵다.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회사라는 인식이 있어야만 직원들도 회사를 신뢰할 수 있고, 그 신뢰에 기반하여 회사는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를 흔히 대기업병에 걸렸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구시대적인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시대의 변화와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여 시스템은 치밀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회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다.   


또한, 회사의 여러 제도가 수시로 바뀌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된다. 제도 중에서도 특히 인사제도의 변경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의 변경은 구성원들과의 합의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제도의 변경은 구성원들에게 불만을 가지게 하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그래도 회사가 그렇게는 안 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잦은 제도의 변경은 일단 불안감을 준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법이 바뀌고 구성원들이 달라짐에 따라 변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 회사가 가진 철학에 근거하여 제도를 고심해서 변경해야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고 그러한 제도 변경은 불만보다는 '역시 우리 회사가 그래도 이렇게 하네..'라는 안정감을 주게 된다. 회사가 가진 철학과 달리 변경할 때에는 구성원과의 깊은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그래야만 제도 변경을 인정하고 회사를 신뢰하고 불만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2. 승진과 보상이 공정한 회사


구성원으로서 가장 Critical 한 부분이 바로 승진과 보상이다. 1년에 대한 평가가 또는 몇 년간의 노력에 대한 평가가 결국 승진과 보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누구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승진을 못했다 하더라도 근거가 있으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아닌 저 사람이 승진과 보상을 가져가는 경우에, 저 사람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가 도저히 용납이 안 되면 회사는 점차 신뢰를 잃는다.


될 사람이 되고, 받을 사람이 받으면 된다. 그러면 조직은 건강하게 돌아간다. 될 사람이 많고, 받을 사람이 많아도 승진과 높은 보상을 받을 사람의 비율이 정해져 있다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그것은 받아들일 수가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고마워해야 하기 때문에, 그 해의 실적에 따라 약간의 비율을 조정하는 형태로 할 수 있다. 그렇게 제도와 시스템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구성원들의 니즈를 조금 맞춰주고, 한편으로는 그 비율에 맞추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사람들의 보상과 승진을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 그들이 노력한 부분이 상당할 수도 있고, 그 팀에서 그들이 보여준 기여도가 상당할 수도 있는데 밖에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의 비중이 20%가 넘는다면, 누구나 인정하는 범위의 승진과 보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비중이 20%가 넘는다면 사람들은 불만을 크게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나의 승진 누락과 낮은 보상에 다른 이유가 있나 보다'라고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구성원들에게 업무적인 퍼포먼스보다는 자꾸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의 모임에는 꼭 가야 하고 광나는 업무만 맡아하고 싶어 하는 등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본연의 업무가 밀리면서 회사는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회사라는 배에는 물이 살살 차오르게 된다.



3. 회사의 비전에, 부서의 비전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회사


당신 회사의 비전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회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신 부서의 비전은 또는 당신의 회사생활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는 바로 답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가끔 보면 그런 비전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업으로 업계에서 점유율 1위 하려고요."

"이 사업이 지금은 사람들이 안된다 안된다 하지만, 제가 이 사업을 회사의 캐시카우 중에 메인스트림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대답은 회사 입장에서 매우 소중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이렇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가 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죠 뭐."

"근데, 이게 되겠어요? 말도 안 되죠.."

"저도 제가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빨리 옮겨야죠 뭐."


회사가 비전을 심어주고, 그 비전에 공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회사의 비전이란 무릇 너무 큰 목표가 많기에 잘 와닿지가 않아서 부서의 목표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 각 부서별로 그런 비전을 갖고 있고 그러한 비전을 달성해 보겠다고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것은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중요하지만,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위에 주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회사가 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죠. 뭐."

"사람들이 안된다 해도, 한번 해보려고요. 잘하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라는 대화에서 더 깊은 영향을 주는 사람은 어느 쪽일까.


후자의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회사는 건강해진다. 반대로 회사는 그러한 사람들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을 모르고, 후자의 사람들을 진 빠지게 하여 내보내고(후자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외부에서도 원하는 인재인 경우가 많다) 전자의 사람들만 남게 한다면(반대로 전자의 사람들은 외부에서 찾는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을 것이다) 회사라는 배에는 선원들이 없어지고 승객들이 서로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체 멀뚱멀뚱 쳐다만 보게 될 것이다.



4.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회사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로 여러 경험이 축적된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혼자 일하는 것은 다소 바보 같은 행동이다. 도움을 받아가면서 일을 하는 것이 업무 퍼포먼스를 내는 것에 훨씬 더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피드백'을 강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빨라지고, 트렌드가 쉽게 변하면서 쫓아가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럴수록 홀로 일하는 것은 실수를 간과하기 쉽다. 이것은 위도 아래도 마찬가지이다. 위에서 아래로 주는 가르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위에도 가르침을 줄 수 있다.


세상의 변화에 빠른 주니어들이 시니어들을 가르칠 수 있고, 좀 더 많은 경험을 한 시니어들이 주니어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서로의 가르침에 배움의 자세가 얼마나 있느냐 일 것이다. 서로 간에 배움의 자세가 높은 회사야말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평적인 회사이다. 단순히 호칭을 통일했다고 해서 수평적인 것이 아니다. 서로의 가르침과 배움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구성원 모두는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고, 그런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얼마 전 주니어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떨 때 퇴사하고 싶어?"

"별로, 저 스스로 성장이 안되고 정체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면 퇴사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과장급 경력사원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

"좋은 회사인 것 같은데, 왜 거기서 이직하고 싶으신 건가요?"

"주제넘은 얘기지만, 저도 한참 부족한데 저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요.."


회사생활에 있어서 성장은 주니어에게도 시니어에게도 중요한 단어이다. 좋은 인력일수록 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런 좋은 인력이 회사의 보상만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비록 당장은 실적이 나지 않더라도 배울 게 있으면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을 동료들에게 다시 또 가르쳐줄 수 있다면 회사는 구멍 난 갑판을 고쳐나가면서 다시 또 대양을 항해할 부력을 얻는다.  



5. 오너와 리더가 깨끗한 회사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배뿐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추고 엄청난 선원들을 보유했어도 그 모든 것을 갈아엎을 수 있는 선장에게 리더십이 없다면, 그 배가 당장 가라앉지는 않는다 해도 점점 가라앉고 있거나 빙산과 암초(위기)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릴 것이다. 그만큼 그룹의 오너와 회사의 대표와 같은 사람들은 너무 중요하다.

그들의 영향력이 단기적이지 않고, 또 지엽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장기적으로 그리고 큰 방향에서 엄청난 영향을 준다. 지나고 보면 그때 그 오너의 철학이, 그 시절 그 대표이사의 결정이 회사의 드라마틱한 부침에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한 번이 제도보다도 보상보다도 더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회사의 제도가 순간적으로 이상해지거나 회사의 시스템이 갑자기 변경되더라도, 오너 또는 대표가 회사에 대한 구성원에 대한 철학이 믿음을 주고 있었다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반대로, 그들의 철학이 형편없거나 그들의 행동거지가 저질이라면 회사가 보여주는 제도와 시스템이 가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너가 그런 생각인데, 회사가 이렇게 한다는 게 말이 되겠냐. 결국 결정적일 때는 이런 제도나 시스템이 멋대로 바뀌지 않겠냐.라는 불신이 자리 잡게 된다.   


특히 그룹의 오너 또는 오너일가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중요하다. 샐러리맨 대표이사는 바뀔 수도 있지만, 오너들은 바뀌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들의 언행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너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의 구성도 맞춰지게 된다. 오너의 성향이 임원에게 영향을 주고, 그 임원들의 성향이 또 구성원들에게는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오너로부터 구성원까지는 분명히 이어져 있다.


회사가 위기를 만나도, 선장의 역량이라면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뢰. 그래도 우리 선장이라면 먼저 도망가지는 않을 거야.라는 믿음. 구성원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해 줄 것이라는 안정감. 그런 오너가 있느냐가 건강한 회사의 또 다른 척도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저런 게 다 무슨 필요냐 ‘ , ’회사는 누가 뭐래도 실적이 잘 나야 하는 것 아니겠냐‘ 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여 년간 몇 군데에서 회사생활을 해보면서 느낀 바는, 실적이 건강한 회사의 제1 척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적만 생각하면 우리나라 최대 기업이 사실 가장 건강한 회사여야 할 텐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적을 내는 회사가 건강한 회사의 충분조건은 아니고, 오히려 건강한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는 회사의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병에 걸릴지 모르듯, 회사도 언제 어떻게 병에 걸릴지 모른다. 그 병을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건강하려고 노력하듯이, 회사도 건강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서 우리가 안전하지는 않다. 타이타닉은 당시 역대 최대 크기였고, 가장 화려했음을 잊지 말자.


우리들의 회사는 과연 얼마나 건강한 회사인가. 저 위 5개 요건들 중에 얼마나 해당하는 회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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