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13 │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지난 글 "E 팀장과 I 팀원"에 이어진 글입니다.
E 팀장으로서 I 팀원과 잘 지내는 법은 상당히 어렵다. 웬만하면 말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2가지 방법을 깨달았다. 더 많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아직까지는 2가지에 불과하다.
첫 번째
1:1로 만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보였다.
여러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I 성향의 친구들은 잘 얘기를 안 한다. 그중에 E 성향의 친구들이 껴있다면 그들이 말을 독식하고, I 성향은 그저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끔 팀장인 나와 I 팀원이 1:1로 만나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어? 둘이 있으면 말을 잘하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물어보게 되었다. 혹시 팀장과 함께라서 어쩔 수 없이 말을 쥐어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어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도 둘이 있을 때는 말 잘한다. 여럿이 있을 때랑 뭐가 달라서 그렇지?"
"아, 그게.. 여럿 있을 때는 내가 이 말을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거 같아요. 내가 이 말을 했는데 사람들이 재미없어하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관심 없는 얘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잘 못하겠어요.."
"아. 그래? 다들 잘 들어줄 것 같은데?"
"아니에요.. 말했을 때 사람들이 관심 없는 듯하면, 그게 계속 신경이 쓰여요.."
"응?"
"E 성향의 사람들은 말을 재밌게도 하는 거 같고, 주제도 다양한 거 같아서 어떻게든 사람들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거 같아요. 아니면, 좀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별로 관심 없는 듯한 얘기도 저렇게 꿋꿋이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근데, 저는 잘 못 그러겠어요.."
"아, 그렇구나.."
그렇다. I 성향의 친구들이 꼭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럿이 있을 때는 두려움이 있는 듯했다. 또는 타인이 말하도록 해주는 배려가 있는 듯했다. 그래서 I 성향의 팀원들과는 여럿이서 만나기보다는, 1:1로 만나는 것이 훨씬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자리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 친해질 수 있었다.
두 번째
I 성향을 가진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는 자리라면, 말이 필요 없는 자리로 만들면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 아이디어는 I 성향의 팀원들과 함께 한 저녁자리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 저녁자리에는 나를 제외하고, 3명이 있었는데 그 세명 모두 I성향의 팀원들이었다. 그중 2명은 기존부터 있던 팀원들이었고, 한 명은 새로운 팀원이었다. 그 친구는 바로 옆팀에 있던 친구였는데, 우리 팀뿐 아니라 여러 팀에서 탐을 내던 친구로서 이제 막 대리로 진급한 친구이다.(호칭은 모두 매니저지만, 과거 기준으로는 대리를 막 진급한 연차이다) 나 역시 매우 데었고 오고 싶어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모셔올 수 있었다.
그 친구가 원래 있던 부서는 사실 매우 즐거워 보이는 팀이었다. 요즘 시대에 안 맞게 회식을 할 때마다 대부분 노래방으로 2차를 가는 팀이었다.
'자기들끼리 얼마나 신나고 재밌으면 노래방을 갈까?'
'부럽다. 팀원들과 저렇게 어울리는 것이..'
노래방이라는 그 장소가 부럽지는 않았으나, 1차만 먹고 다 헤어지고 싶은 요즘 회사생활에 노래방까지 가는 그 친밀도가 부러웠다.
'저기는 다 E 성향들인가.. 어떻게 저렇게 뭉치는 거지?'
그렇게 생각을 해오던 차에, 그 친구가 얘기하기를
"회식 때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아요.."
"아, 그래? 되게 즐거우니까 노래방까지 가는 거 아니야?"
"아.. 그냥 앉은자리에서는 서로들 얘기를 많이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노래방을 가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 오히려 얘기가 없어서 그런 곳을 간다고?"
다른 팀원이 말한다.
"그러네! 얘기를 안 하더라도 뭔가 액티비티가 있으면 재밌게 보내지 않을까요?"
"그래? 아니, 말들도 안 하는데 액티비티는 과연 가려고 할까?"
다른 팀원이 말한다.
"재밌는 거 하면 가죠.."
"그래?"
그렇게 우리는 액티비티를 도전하기로 했다. 볼링을 못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노래방을 쑥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서 선택한 장소는 "방탈출카페"였다.
방탈출카페를 들어가기 전부터 I성향의 팀원들은 더 이상 말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디서 보고 온 건지 어떤 방들이 있는지 확인해서 왔고, 뭔가 미션이 생긴 듯 말들이 많았다. 팀원을 둘로 나누어 방에 각각 들어갔고 방탈출을 한 후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서로들 말이 이어지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니 참 흐뭇했다.
'아, 꼭 서로 간의 이야기를 나눠야만 친해지는 게 아니구나.'
'굳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도, 하나의 액티비티를 같이 하면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지는구나. 이렇게 서서히 친해지면 되는 거구나..'
그 이후에 한번 더 "방탈출카페"를 갔는데, 역시나 좋은 반응이었다. 여럿과 함께 있는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는 그저 조용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말하고 웃고 즐기는 것을 보니 너무 좋아 보였다.
'I 성향의 사람들과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되겠구나.'
'이렇게 잘 지내면 되겠구나.'
이렇게 또 배워나간다. 사람들은 성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관심사도, 특기도 취미도 모두 다르다. 그러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여있는 곳이 회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한 가지의 방법으로 자리를 만들 필요 없다. 가끔은 단 둘이서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할 수도 있고, 가끔은 여럿과 함께 액티비티를 할 수도 있다.
회사라는 정해진 공간 안에서 가족보다 물리적으로 더 많이 보게 되는 사람들과 그래도 조금이나마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냐, 그리고 어떤 상황이냐에 맞춰서 저녁자리를 조금 다르게 만든다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은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