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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구스티노 Aug 22. 2023

그래도 우리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 (ft. 월급 제외)

공감 17 | 회사생활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part 2/2



이전 글 “가기 싫은 회사지만, 그래도 얻을 수 있는 것들 “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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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을 수 있는 것으로 성취감, 재미, 그리고 보람을 얘기했다. 이번에는 얻을 수 있는 것들 중 4번째와 5번째 이야기이다.




4. 당장은 대단한 것이 아닌 듯 보여도, 미래를 위해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 그것이 바로 "성장"


예전에 비해서, 어제에 비해서 한걸음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나? 그런 사람이라면 그 회사를 꼭 계속 다니라고 하고 싶다. 회사생활에서 어찌 보면 아니 똑바로 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 말할 수 있다.


성공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또는 성공이라 하더라도 내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여러 환경과 운이 따르는 성공은 장기적으로 spoil 되게 만드는 ‘독’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성공보다는 성장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펀더멘털을 갖추고 하나씩 차곡차곡 지식과 경험이 쌓여서 사고력과 실행력이 높아지는 것이 성장이다.


그런 성장을 이뤄낸다면 그 어떤 곳으로 움직여도 두렵지 않다. 회사 내에서 부서를 옮기더라도, 윗사람으로 이상한 사람이 오더라도, 진짜 자기 멋대로인 후배가 오더라도, 심지어 회사를 퇴사하거나 이직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성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잘할 수 있다.


이 성장은 사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는 더욱더 깨닫기 어렵다. 옆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봤을 때, 말 한마디 행동 하나만 봐도 느껴진다.

'와, 작년이랑은 하시는 게 진짜 달라진 거 같아요!'

'오, 거기서 그렇게 얘기할 줄 몰랐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그 얘기가 오늘 회의에서 가장 좋은 것 같더라!“


이러한 성장은 절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많은 경험과 피드백, 성공과 좌절이 여러 번 겪으면서 단단해지고 또 유연해지는 것이다.


틀에 쇠용액을 부어서 만드는 주조 공법의 철은 빠르게 만들어지지만 단단하지 못하여 신뢰성이 낮다. 그에 비해 뜨거운 쇠를 수없이 망치로 내려치고 또 내려치면서 더 밀도 높게 꽉 채우는 방식의 단조 공법은 매우 단단하고 더 비싸게 팔린다.

우리의 성장이 느리다면, 주조 방식이 아닌 단조 방식을 취하여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연습문제를 왜 풀고, 리허설을 왜 하는 것일까요?'

"시험에서, 실전에서 더 잘하기 위함이죠."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틀려봐야 하고,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더 잘하게 됩니다."

단조 방식을 떠올리며 팀원들과 나눴던 대화이다.



또 예전에, 입사 3년 차였던 후배가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저는 후배 오는 게 아직은 두려워요."

"왜 그런 생각이 들지?"

"저도 잘 못하는 거 같은데, 잘 못하는걸 선배 아닌 후배에게 들키면 너무 초라할 것 같아요.."

"아.. 아니야..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성장한 거야. 걱정 마. 충분히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어."

그렇게 말했던 그 친구는 1년간 후배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좋은 선배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은 누구나 두렵다. 그러나, 경험하고 느끼고 고치는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큰 성장을 보이게 된다. 그런 성장을 거둘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사다. 그 과정을 더욱 압축해서 하는 곳이 물론 자영업자이고 사업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는 손익과 직결되면서 자칫 실패의 대가가 너무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회사원은 어떤가. 실패를 좀 한다고 해서, 좌절을 좀 맛보았다고 해서 나락으로 가지는 않는다. 월급이 안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회사는 돈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인 것이다.


사람들은 완성형 인간보다 진행형 인간을 더 좋아한다. 인간 냄새가 나기도 하고 도대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지켜보고 싶기 때문이다.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당신이 완성형 인간이 아닌 진행형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부족과 결핍은 당신을 멈추지 않는 성장의 철로에서 앞으로, 앞으로 밀어줄 것이다.



5. Last but not least,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기쁨


성장도 좋고, 성취감도 좋고, 재미도.. 보람도 좋다. 그러나, 다 스스로에게 한정된 기쁨이고 의미인 듯하다. 마지막이지만 이 역시 또 매우 중요한 다섯 번째 기쁨은


바로 동료를 돕는 도움에서 온다.


인간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매우 숭고하고 즐거운 일이다. 도와주면서 오는 기쁨이 혼자 잘해서 오는 기쁨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토론토대학의 연구결과가 있다.


심지어 회사라는 곳은 누구 하나 잘났다고 해서, 누구 하나가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한다. 회사는 동료들이 서로 돕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서로 무너진다.


여러모로..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동료가 많다. 그 원인이 가정일 수도 있고 회사일 수도 있고, 또 사람일 수도 있고 가치관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 작은 말 한마디 또는 엄청나게 큰 귀를 보여주면 그들의 힘듦은 경감이 될 것이 명백하다.


작은 응원과 격려, 경청과 공감이 이어진다면 그들에게 한줄기 빛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감동이 된다. 그 감동은 매우 오래가고 그 감동으로 인해 당신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매우 오래가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 쓰고 돈 쓰고 에너지를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귀찮을 수도 있다. 아니, 귀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꼭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다시 언급하지만 '작은' 말 한마디, 그저 집중하며 들어주는 자세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은 아마도 버거울 수 있다. 오지랖이 아닌, 약간의 관심과 인내 그리고 결정적일 때 진심 가득한 격려와 응원이면 충분하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엘리자베스 던' 교수진이 2008년 연구 발표에서, 기부를 통해 얻는 행복은 한 가정의 연수입이 2배가 된 것과 같은 행복감을 준다고 했다. 기부가 반드시 돈이어야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경청할 수 있는, 당신이 관심을 줄 수 있는 그 작은 재능을 기부하면 된다. 기부는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쁘다. 그렇게 기쁨의 총량이 올라갈 수 있는 매우 좋은 시도이고 노력이다.


직접적인 격려와 응원은 아니었으나, 이런 경우도 있었다.

"팀장님, 저번에 팀장님이 쓰신 발표에 관한 글을 보고 제가 발표를 더 잘할 수 있었어요."

"잉? 그 글을 봤어?"

"네.. 너무 좋았어요."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 중의 한 명이고 심지어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 친구인데도, 내가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매우 뿌듯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라는 곳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매우 작은 것 하나라도, 도움을 주려고 시도해 보길 바란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회사를 왜 다니는 것일까.

돈(월급)을 버는 것이 유일한 의미일까.

회사에서 돈 말고,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회사는 정말 너무나도 싫은 곳 자체인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그렇지는 않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성취감과 보람, 재미와 성장, 그리고 도움까지..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사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이 5가지 중에 한 가지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혹여 누군가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위 5가지 중에 단 한 가지라도 있다고 느끼면, 퇴사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회사를 옮긴다고 해도, 이 중에 하나라도 없는 회사생활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성취감도 큰 것을 바란다면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다. 재미는 뜻 맞는 동료들이 있어야 하며, 보람은 가치관과 철학이 회사의 결과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모로 나 스스로도 힘든데 남까지 도울 수 있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조심스럽게 추천하는 바는, 시간을 좀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6개월~1년으로 위의 것들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좀 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인생은 매우 길기 때문에 1~2년의 기간은 엄청 긴 시간도 아니다. 회사를 지금 입사했건, 지금 막 새로운 부서로 이동을 했건, 별 이상한 사람이 윗사람으로 왔건, 여하튼 조금만 시간을 가져보면 분명 지금과는 달라진다.


예상외로 성장해 있을 것이고, 예상외로 소소한 재미가 있게 될 것이고, 뜻하지 않게 성취감도 생길 수 있게 된다. 나아가서 남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작은 여유가 보일 것이고, 보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의 즐거움에서 2~3가지 즐거움으로 확장되는, 지치고 힘들기만 한 회사생활이 가끔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회사생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표지 : '동료들과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려줘'에 반응한 AI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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