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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플라 Nov 10. 2023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 발견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남긴 '백조의 노래'라고 한다. 백조는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일회 아름다운 울음을 운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예술가들이 마지막에 남긴 작품을 '백조의 노래'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가 생존해 있을 때 마지막으로 출간한 작품인 이 소설이 그의 '백조의 노래'인 셈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선에 있는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A clean Well-Light Place)>을 읽고 감동을 느꼈다. 감동을 이어가기 위하여 예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읽지 못한 그의 작품 '노인과 바다'를 읽었는데 이전 소설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다.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은 '인생의 허무를 어쩔 수 없다.'가 주제인 반면에 <노인과 바다>는 허무 속에서도 희망과 자신감을 꽃피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만류에 사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혼자 조각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 크고 힘센 청새치 한 마리를 잡으려 이틀 동안 악전고투를 벌이고 결국 청새치를 항복시킨다. 


그런데 노인의 배보다 길이가 더 큰 물고기를 뱃전에 메어 항구로 돌아가가다 상어 떼의 습격으로 물고기의 살점을 모두 뺏기고 만다. 혼자서는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상어 떼를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앙상하게 뼈만 남은 상태로 바닷가 집으로 돌아온 그는 너무나 지쳐있다. 언덕 위에 집으로 걸어갈 힘조차 없어 다섯 번이나 쉬어서야 겨우 침대에서 지친 몸을 쉴 수 있었다. 


그래도 큰 배에 걸린 청새치의 뼈대는 그가 잡은 물고기의 위용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외부적으로는 가진 것 없고 초라한 노인이었는지 몰라도 그의 내면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력과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로 무장한 노련한 어부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104쪽


노인은 칠십 사일 동안 고기를 못 잡았지만 고기잡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조각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 고독하게 있을 때면 '한 마리면 충분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라고,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다며 격려하며 스스로 용기를 얻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쓸데없는 걱정이나 생각이 많아진다. 직업이 곧 정체성이었던 시기가 끝나 직업전선에서 은퇴 후 나란 존재에 대해 자신감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도 젊었던 시절에 비해서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아 자책할 때도 있다. 이제 와서 이 나이에 무엇을 열심히 해도 써먹을 데가 없다며 지레 포기하기 일쑤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되지 않았다.'라는 작가의 말에 크게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산티아고 노인이 나이를 잊고 조각배를 바다에 띄우듯이 새로운 인생 이 막을 나의 의지대로 살고 싶어졌다. 아직은 바다로 배를 몰고 나가서 바다와 같은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하고 여행하며 어려움이 닥치면 맞서 싸울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뼈만 남은 물고기를 보고 여행객들이 감탄하며 이렇게 말한다. "상어가 저토록 잘생기고 멋진 꼬리를 달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라고. 


여행객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뱃전에 남아 있는 물고기의 뼈대뿐이다. 노인이 조각배보다 큰 물고기와 끝까지 사투를 벌였던 것을 누구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앙상한 뼈대를 통해 그 물고기를 잡은 노인의 고결한 내면의 가치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아무 글이나 쓰고 발행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고 싶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극히 적고 누구나 노력하면 손톱 만큼씩이라도 실력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저 한 편의 글을 발행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고 이걸 해낸 나를 셀프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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