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의 끝을 달리며
2019년부터 시작한 국제법 박사 과정. 5년이 지난 2024년, 드디어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에 디펜스(논문 구두시험)를 마쳤고 다음 달까지 최종본을 제출하면 진짜 끝이다.
내 박사 공부의 9할은 하기 싫은 마음이었다. 나머지 1할만 간헐적인 흥미와 배움의 기쁨으로 채워졌다. 하기 싫은 마음을 질질 끌고 용케도 여기까지 왔다.
특히 학업과 회사 업무가 겹친 지난 한 달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면서 동시에 가장 무기력하고 우울한 시기였다. 죽지 않으려 살았다.
올해 2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가 화제를 모았다. 대학원생 5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죽음을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나는, 왜 이 길을 그만두지 못했을까.
그만둘 용기도 용기다. 어쩌면 그것은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보다 더 격려받아 마땅하다.
그만둘 용기와 계속할 인내.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구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살아지지 않는다면 지식과 노동은 다 무슨 의미일까.
다행히도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다 끝이 있다.
이제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