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일요일 을사년 기묘월 정축일 음력 2월 10일
주변에 엄청난 사람들이 많으면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나에게 대표적으로 컴퓨터가 그랬다. 학생 때는 주변에 어린 시절부터 마인크래프트를 하겠다고 인터넷에 검색하여 CLI 환경에서 서버를 여는 것을 따라 하다 보니 서버, IP, Port 같은 개념에 대해 처음부터 잘 알고 있던 녀석들도 있었고, 컴퓨터 사양에 관심이 많아 CPU가 어쩌고 그래픽카드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난 아직도 컴퓨터 사양에 대한 건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Windows PC는 아직도 6세대 i5 CPU를 사용하고 있고(대충 10년 전 스펙으로 아직도 버티고 있다는 뜻) 그래픽도 내장그래픽을 사용하여 대부분의 게임은 최소 사양 미달이다.
기술교육원 이번 주 과제로 개인 PC에 작업 환경 구축을 하면서도, 나의 오래된 Windows PC에 별 기대는 안 하고 있다. 이 장치에서 디자인 툴이 잘 돌아갈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는 내 PC 사양은 10여 년 전에 머물러 있지만 제공받은 소프트웨어 또한 10~15년 전에 발매된 버전이라, 그냥 전체적으로 뒤로 밀렸기 때문에 CPU 관점에서는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픽카드는 좀 문제긴 하다. 하지만 그런 걸 잘 아는 것도 아니고, Windows PC는 사실상 한컴오피스 등 Windows에서만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위한 비상용으로 두고 있을 뿐 평소에는 전원을 켜지도 않기 때문에 현재의 수입 수준으로 굳이 그만큼 투자해야 할까 싶기도 해서 적당히 버티고 있다. 그래픽 툴을 사용하면서도 버텨줄지는 모르겠다. 특히 3D 쪽으로 가면 잘 돌아갈 거라는 기대가 안 생긴다.
결국 일단은 설치해 놓지만 무언가 만들어 보는 과제가 나오면 기술교육원에서 하고 올 듯하다. 하교 시간 후에도 야간반 학생들 오기 전에 18시 정도까지는 더 작업하다 가도 괜찮다고 하셨으니 말이다. 4월 중순부터는 금요일 수업이 금토일동안 서너 시간짜리 강의 영상 시청하면 되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어 등교하지 않아도 되지만(그래서 금요일에는 센터에 방문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근데 주중에 미정이가 가장 바쁜 요일이 나에겐 가장 여유로운 요일이라니...), 컴퓨터실이 열려 있긴 할 테니 와서 하다가도 되다고 하셨다. 과제도 매일 나오는 게 아니라 주 단위로 나온다고 하니 금요일을 과제 하는 날로 잡아놔도 괜찮을 것 같다.
하여간 덕분에 거실에서 공용으로 쓰다가 나의 형제의 개인 PC가 되었다가 나에게 넘어오게 된 이 오래된 컴퓨터를 오랜만에 살펴보았는데, 파일 정리도 전혀 안 되어 있고 SSD 드라이브도 HDD 드라이브 옆에 거의 그냥 존재만 하길래 몇 가지 설정 좀 건드렸다. 기술교육원에서 소프트웨어 설치 방법을 안내해 줄 때도 느꼈지만, 그래도 내가 컴퓨터 잘 모르는 녀석들 중에는 잘 아는 편인 것 같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웬만한 건 어디서 주워들은 걸 기반으로 검색해서 적당히 찾아낼 수 있기도 하고. 이 정도면 Ubuntu가 설치된 노트북을 주력 기기로 사용하는 녀석치고는 (요즘은 아이패드미니가 나의 주력 기기 자리를 조금씩 넘보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Windows가 설치된 데스크톱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편 아닐까 하고 주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