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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윤슬을 보며

반짝반짝 빛나는 오늘도 응원합니다.

by 별바라기

2025. 10. 30. [라라쿠루 목요일에 만난 자연] 윤슬을 보며


드라마 <도깨비>에 여주인공인 은탁(김고은 역) 이가 도깨비 김신(공유 역)에게 이별 인사를 하는 장면에 오는 대사입니다.


"무 오래 마음 아파하지 말고 또 만나러. 올 거니까 잘 기다리고, 비 너무 오게 하지 말고 시민들 불편하니까"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했던 저는 이제 화면만 봐도 대사가 앞서 툭툭 튀어나와 식구들이 놀리는데, 놀라는 게 아니라 놀리는 이유는


"엄마 본방도 아니고 아홉 번째 보면서 또 울면 어떡해"




정말 긴 긴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매일 아침 현관에서 낑낑거리며 긴 장화로 출근 채비를 하며 평생 신은 장화 횟수보다 10월에 신은 횟수가 더 많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비가 오면 진짜 도깨비나 누군가 슬퍼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하기도 합니다.(설마 당신은 아니겠죠?)


둥근해가 떴습니다

겨울 담요 같던 구름이 걷히고 둥근 해가 떴습니다. 정수리와 이마 위로 쬐어지는 따땃한 햇살이 어찌나 반가운지, 알 수 없는 감격과 고마움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농부의 딸로 여전히 살고 있는 저는 곡식과 호박을 오통통하니 살 찌우게 할 오랜만에 만난 가을 햇살이 그저 반갑고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드디어 누군가 울음도 그친 거겠죠?



매일 지나치던 광경이었는데 아침 윤슬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습니다. 또 올해 중대백로들 가족이 이렇게나 많이 늘었는지도요. 자연이 주는 환희와 감동, 감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갑니다.




먼 산에 울긋불긋 내려앉았던 가을이 집 앞 공원에도 길가의 은행나무까지 오더니 현관문 앞 단풍나무까지 찾아왔습니다. 가을 햇살과 가을바람의 능력이겠지요?


비가 그치고 반짝이는 햇살과 윤슬을 보며 독자님들과 작가님들은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그리고 특별히 챙기신 게 있으실까요? 선크림? 등산화? 외투? 무릎담요? 보약? 책 한 권? 아니면 집 앞 낙엽을 청소할 빗자루? 그 무엇이든 간에 지금 특별히 챙긴 소중하거나 소소한 얘기가 있다면 나눠 주세요? 생활의 지혜라면 더 눈이 번쩍, 반갑겠습니다. 저는 들에서 야심차게 대포알을 하나 수확해 왔답니다. 따뜻한 호박죽 한 그릇 하실라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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