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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과 이야기

나는 백설공주?

by 별바라기

*2025. 12. 4. [라라크루 목요일에 만난 자연]


"선생님 잘 지내시죠? 지난번 얘기한 책을 말씀하지 않으셔서 제가 이번엔 제 맘대로 사과를 보냈어요."


아침 일찍 지인에게서 도착한 문자 한 통


"엥? 사과요? 제가 혹시 사과받을 만한 일을 했나요? 백설공주도 아닌데"


나의 썰렁한 문자에 웃음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15년 된 인연.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모든 과정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아울러 내가 늙어가고 있는 모습도 지켜봐 주고 계신 인연인데 이 선생님의 특별한 취미는 매달 급여의 일정액을 당신을 위해 책을 선물하신다는 것이다. 지난여름부터는 나에게도 읽고 싶은 책은 없냐며 잊지 않고 물으시고, 몇 번은 대답을 하다 하도 염치없고 11월 초는 워낙 분주했기에 성의 있게 연락도 못 드렸었다. 그런데 별안간 도착한 문자.


다음날 도착한 사과는 내가 태어나서 만져본 사과 중에 가장 탐스럽고 딴딴하고 향이 나는 사과였다.


"귤도 진보하더니 사과도 진보해서 이렇게 신품종이 나왔네.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사과를 보며 감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아서 애끼다 똥 된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분명 뼈 있는 말이다. 어제 야채실에서 푹 물러 물이 찬 단감 봉지를 못 본 척했지만 역시나 봤나 보다.







매일 아침 뽀드닥 빡빡 소리가 나게 사과 한 알을 씻는다. 반개는 남편의 아침상에 그리고 반개는 내 점심 도시락통을 채웠다. 아삭하고 상큼하고 달달한 사과를 먹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올해도 넘치게 받기만 하는구나. 나도 나누고 살아야 하는데. 나는 누구에게 사과 할 일이 없었나?'


퍼뜩 생각 나는 이가 없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또 나의 무심함과 무색함, 무식함이 보태고 다져져 아예 무던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었다. 본디 사람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아주 조금, 맹맹이 콧구녕(맹꽁이 콧구멍) 맨치는 알게 된 것도 같다.


정이 넘치는 사과를 받고 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사과를 주는, 사과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뽀드닥 빡빡 사과를 씻으며 나오는 노래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


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여쭙니다. 지금 '사과'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혹시 2025년이 가기 전 해야 할 사과나 받아야 할 사과는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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