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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토히 Nov 30. 2023

언어를 배우기 위해 여권은 필요 없습니다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드는 생각은 보통 이렇다. “저 사람은 외국에서 태어났을 거야.”, “외국 생활을 오래 했겠지.”. 주로 그들의 언어 실력 형성에 ‘환경’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같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한국어를 가르치기 전에는 말이다. 학생들 대부분은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에 왔다. 한국에 한 발 들이지 않고도 능숙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외국어를 써야 하는 극단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편견과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극단적 환경은 외국어를 배우는 빠른 길이 될 순 있지만 늘 바른길은 아닌 것 같다. 조기 유학으로 외국에 보내졌다가 정체성 및 따돌림 문제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외국에 살면서도 그 나라 언어를 배우지 못한 사례는 허다하다. 미국에 살더라도 엘에이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산다면 한국어만 쓰면서 살 수 있다. 반대로 한국에 수년을 살면서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외의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영어 원어민 교사들을 많이 봤다. 한국어를 배울 의향이 아예 없는 사람도 많았고, 배우고 싶지만, 용기가 부족한 사람도 많았다. 언어를 배울 온갖 미디어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환경’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 바로 앞서 말한 ‘미디어 활용’이다. 돈이 가장 적게 들고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다면 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다. 사람마다 공부법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지만, 언어를 잘 배우는 학생 중 미디어를 아예 활용하지 않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차차 방법들을 소개하겠지만 적어도 공부를 ‘시작함’에 있어서는 어렵지 않다고 단언한다. 또한 효율적이면서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적은 방법이기도 하다. 원어민 교사 앞에서 할 말을 짜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반면에 미디어는 누군가와 함께 공부하지 않는 한 100% 내 손 안에서 통제가 이루어진다. ‘환경’이라는 조건이 말 그대로 내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자연스럽게 환경을 탓하게 될까?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힘으로는 쉽게 바꾸기 힘든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어 공부를 미룰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다. 반면에 외국에 가는 건 많은 준비와 비용이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은 어려운 일에 직면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핑계를 찾는다. 적절한 핑계를 찾는 일은 해결법을 찾는 것보다 무조건 빠르고 편리하다. 우리가 평소 얼마나 많은 핑계를 대고 사는지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난 핑계왕이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미루고 미루던 일 중 하나다. 글쓰기를 위해 펜과 종이를 사야 했지만 지금은 노트북으로 타이핑하고 있다. 그러니 부디 자책은 마시라. 내가 이걸 끝내 쓰고 있듯, 당신도 결국 외국어를 배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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