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을 평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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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블로그를 시작한다. 스스로 깨달은 언어 학습 노하우 및 한국어 관련 콘텐츠를 써보려 한다. 지금과 같은 글들을 영어로도 번역해서 올리기 시작할 거다. 지난주에 워드프레스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이트를 스스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할 것이 많겠지만, 그냥 영어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해 보련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과정을 공유해 볼 생각이 있다.
한국어 글은 아마도 브런치에만 올릴 것 같다. 브런치가 수익 연결은 어렵지만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좋은 글이 많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이런 글 쓰는 거, 애초에 돈 생각하면 시작할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영어 블로그는 애드센스를 등록해서 조그마한 수익이라도 올릴 생각이다.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들어와 대한항공 배너 광고를 누르면 그 돈이 내게 들어오지 않을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영어 블로그를 시작한다니 내 영어 실력이 궁금한 사람이 있을 테다. 솔직히 어떤 수준이라고 딱 말하기는 어렵다. 시험 점수가 없는 게 이유다. 공교육이나 대학교 영어 수업을 제외하고,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일 년 반이 되었는데 난 무조건 원어민과 부딪히는 방법을 택했다. 완전히 엉성한 영어로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해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고, 6개월 후부터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녹록한 과정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말 90%는 내뱉고 글로 적을 단계가 되었으니 그래도 꽤 한다고 할만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 주변에선 ‘그점몇?’이란 말을 듣는다. 그래서 점수 몇 점이냐는 거다. ‘내보일 점수가 없다면 당신의 실력이 아니다.’라는 길거리 학원의 현수막 문구를 본 적도 있다. 사실 어학 시험은 굉장한 돈벌이 수단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등급을 증명받기 위해 기출 문제지를 사서 공부하고 강의료와 응시료를 지불한다. 같은 문제지로 몇만 명이 동시에 응시료를 내고 시험을 보니 상당히 남는 장사다. 하지만 난 제출 용도가 아니라면 어학 시험은 그다지 효과적인 수단이라 생각지 않는다.
사실 어학 시험이란 철저히 비원어민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일 뿐이다. 아주 바르게 적힌 지문들과 비원어민이 이해할 만한 정확한 발음으로 녹음된 음성 파일이 제공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쓰이는 글과 말은 이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격식과 비격식에 쓰이는 단어와 문체가 완전히 다르고, 원어민 중 누구도 듣기 평가 말투나 속도로 말하지 않는다. 토익 만점을 받더라도 실제 회화와 대화체에 익숙하지 않다면 영어 초보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시험이 이토록 의미가 없다면 왜 우리는 시험에 집착할까? 바로 비원어민에게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가 된다면 그냥 대화해 보면 될 일이다. 자기소개만으로도 서로의 실력이 훤히 보인다. 우리에게 유명한 대부분의 영어 시험도 영어 원어민들은 이름도 잘 모른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대부분 ‘토픽’이라는 한국어 시험의 이름과 6단계 등급 시스템에 잘 모를 것이라 장담한다.
우리는 한국어를 알기에 그냥 한국어로 질문해 보면 상대가 아예 한국어를 모르는지, 기본 대화가 가능한 수준인지, 어느 정도 능숙하지만, 어려운 주제에서는 막히는 수준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내 영어의 경우, 일상 대화에선 무리가 없지만, 예를 들어 영어로 ‘동물학’을 정의하라고 하면 바로 말문이 막힐 것이다. 이걸 토익 점수로 환산하면 몇 점 정도냐고? 글쎄, 아마 100점?
내 영어 실력이 궁금하면 영어로 말을 걸면 된다. 자신 있으니 덤비라는 교만함이 아니다. 영어 못하는 사람에게 자랑하려고 배운 게 아닌, ’쓰려고’ 배운 영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