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너무 많아도 문제인가?

방대한 관심사와 취미를 지닌 사람의 넋두리

by 오토히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 놓고 방치한 지 일 년이 넘은 것 같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바빠진 것도 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처음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의 설렘은 잠시, 눌러지는 하트들은 과연 내 글을 읽고 눌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브런치에 다시 오게 된 이유는 약 오 년 전 영화 리뷰를 위해 만들어 놓은 계정이 휴면으로 사라진다는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난 그 계정이 사라지게 두었다. 다시 영화 리뷰를 쓸 생각이 없었으니까. 난 정말 취미가 많은 사람이다. 영화를 좋아할 때는 천 편이 넘게도 보고 리뷰를 쓰곤 했지만 지금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 후로도 많은 취미들이 스쳐갔다. 글쓰기, 피아노, 기타, 사진, 커피, 요리, 언어, 러닝 등 계절 감기처럼 잠시 왔다 간 것도, 고질병처럼 오래 남아 함께하는 것들도 있다.


취미가 없어서 고민인 사람도 있지만 너무 많아 고민인 사람도 존재한다. 끝을 보지 못하는 성격으로 너무 이것저것 건드리는 게 아닌가 하는 죄의식이 든다. 예를 들어, 영어를 배우다가도 프랑스어에 관심이 생겨 시작해 버리는 식이다. 그럴 때마다 어릴 때 많이 듣던 충고가 떠오른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해 봐, 끝을 봐야 할 것 아니야?" 옛날엔 다분히 죄책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오로지 반항심뿐이다. 취미는 많을수록 좋다!


한 때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다. 글도 많이 썼고, 하루에 한 편은 영화를 봤었다. 그 덕분에 사진이라는 취미를 들였을 때 상대적으로 쉽게 구도와 색감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감명받았던 포인트들을 내 사진에 접목하니 지인들에게 "감각이 좋네"라는 말을 곧잘 들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연습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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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필름으로 두 사진을 찍을 때 영화 '대부'를 떠올렸다


프랑스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먼저 공부했기 때문에 많은 양의 단어들은 이미 알고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불어 단어들은 영어에서 마치 한국어의 한자 유래 단어들처럼 조금 더 격식 있는 표현으로 쓰이기 때문에 영어 어휘력 확장에도 큰 도움을 줬다. 요점은 얼핏 상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들도 파고들면 많은 부분에서 연결되어 있으며,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써놓고 보니 자랑을 늘어놓은 것 같아 거북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예시는 예시일 뿐이며 절대 내 실력이 출중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난 한 분야에서 특출하지 못한 것에 힘들었던 사람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을 뿐이다. 실제로 '척척박사'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 'Jack-of-all-trades'는 칭찬보다는 부정적인 어감이 더욱 강하다고 한다(처음 외국인 친구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땐 칭찬인 줄 알았다). 모든 분야를 얕게 알고 아는 척 하지만 실속은 없는 그런 이미지?


그러나, 취미는 취미일 뿐, 사진을 시작했다고 모두가 개인전을 해야 할 이유도, 언어를 배운다고 원어민 수준에 이르러야 할 이유도 없다. 한 분야의 정상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과도한 욕심은 즐거움을 빼앗는 도둑이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내 페이스로 뛰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것. 취미의 영역에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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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tohee.medium.com/is-having-too-many-hobbies-a-problem-ae92021337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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