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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호 Nov 02. 2022

드디어 어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험난했던 18개월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내가 마주친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전역을 하루 앞둔 날, 중대장 면담에서 내가 느낀 기분은 하나였다. '해고됐다.'


 나는 기대를 품고 군에 입대했다. 군대는 내게 있어서 성인식이었다. 남자로서 일을 배울 수 있는 직장이었고, 무엇보다 미묘했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었다.

 하지만 군생활은 내가 좋아했지만 못하는 일로 남았다. 군대에서 나는 무능력한 후임, 어리숙한 선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군에서 퇴출당하다니, 이제야 좀 그럴듯하게 해 가는데!


 별 수 없이 군을 떠난 내게 남은 것은 성취가 아닌 상처뿐이었다. 나는 군을 떠난 이후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져 지냈다. 사실, 나는 내가 좌절에 빠졌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힘들게 지냈다. 다시 돌아온 대학 생활에는 적응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성적은 떨어지고, 가까운 사람들과는 다투었으며, 자신감은 희미해졌다.


 엉망으로 지내던 어느 날, 친구는 내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나는 친구의 간언을 6개월 동안 듣지 않으려 들었다.

 여기서도 나는 내가 친구의 조언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나는 실패자였고, 아무것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스로가 어른이 될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여태껏 많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내가 잘하고 싶은 일을 망치고 나자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친구의 조언에서 내가 얻은 생각은 그러했다. 내 내면이 원하는 일을 하자. 하지만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자. 군에서 내가 뼈저리게 실감한 것은 그것이었다.


 나는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을 실패자로 여기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이 훨씬 더 쉽고,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내가 힘겨운 군생활, 해로운 일상생활을 겪으면서 알아낸 것은 그게 전부다. 어떻게든 살아야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나는 뒤늦게나마 나를 이해하기로 했다.


 나의 과거를 고려했을 때, 나의 내면이 언제나 창작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삶을 돌아보니 언제나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림에 필요한 감각과 대담함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림에 거의 손을 놓아버렸다. 그럼에도 나의 창작을 향한 욕구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창작 방식은 글쓰기였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누나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내 글을 보여줬던 적이 없지만,  내 창작욕이 또 다른 방식으로 반영된 것은 명백하다.


 나는 언제나 창작으로 내면을 드러내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수줍었기 때문에, 우악스러운 삶에 적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알 수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창작뿐이고, 앞으로 이어질 일생 내내 흥미를 둘 수 있는 일이 창작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안다.

 내가 길을 걸으면서 하는 생각, 호기심을 품는 대상들, 끈기를 가지고 견딜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림에 매달렸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을 쓰고 있었다. 이런 내가 단순함과 강인함을 요하는 군 생활이나 일상생활에 흥미를 품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그랬듯이 작가로서의 삶도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즐거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게으른 학생이었고 무능력한 군인이었다. 나는 일련의 실패로 내가 잘하는 일도, 흥미 있는 일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건 전부 나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흥미를 가져온 일에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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