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Dec 26. 2023

크리스마스엔 하이킹을!

작년에 싱글하우스로 이사를 한 후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미국은 일반 주택들이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연휴에 무척이나 공을 들여 집을 장식한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특별히 더 유명한 곳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우리 집 근처가 그중 한 거리였고, 덕분에 화려한 장식들은 볼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저녁시간마다 집 주변으로 북적이는 차들과 인파들로 연휴기간 한 달은 시끄러워진다는 것이다. 

나와 남편은 저녁마다 우리 집 개를 운동시킬 겸 동네산책을 하는데, 북적대는 차들과 사람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산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에 온 이후로 한국에서 만큼 많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보는 일은 드믈었는데, 거리에 꽉 차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인 오늘은 병원도 쉬는 날이고, 어제 남편과 나눠 마신 위스키 탓으로 느긋이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열 살인 둘째는 아직도 산타가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학교 친구들의 '부모가 산타처럼 선물을 주고 있는 거다'라는 말을 듣고는 연신 우리에게 진실을 캐묻곤 했었지만, 그래도 아침에 받을 선물에 기대 탓인지 새벽부터 일어나 선물을 뜯어보고 신이 나 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도 커다란 과자 선물을 받고 신나게 물어뜯고 있었다. 


미국에 와서 좋은 점을 하나 꼽으라면,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아이들이 늦게까지 학원에 있는 일도 없고, 내 일도 저녁 6시면 끝나니 집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고 하루의 일을 얘기하는 것이 나름의 일상이 되었다. 딱히 나가서 만날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한국처럼 쉽게 동네 아줌마들과 만나 술 한잔 하는 일도 없어지니, 저녁은 나에게도 온전히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이 되었다. 초등학생이던 큰딸도 한국에서는 저녁 먹고 태권도 학원에 다녀오고 숙제하고 자기 바빠 동생과 소원하게 지냈는데, 여기서는 7살의 나이차이에도 서로 의지하는 자매지간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는 애들이 따로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없으면 뭔가 같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래서 최근에 시작한 게 동네 하이킹이다. 주말에 일하지 않는 이주에 한번 주면 작은 산들을 같이 다녀오며 운동도 하고 가족이 같이하는 뭔가의 이벤트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우리의 또 하나 가족인 작년에 입양한 우리 막내 '해리'도 목줄만 꺼내면 신나서 먼저 뛰어나간다. 


오늘의 코스는 위로 올라갈수록 너무 좁고 가팔라서 애들과 개를 같이 데리고 가기 위험하다 생각해 중간에서 다시 내려오긴 했지만, 이렇게 숨차게 걷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무언가 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일 년 내내 비가 별로 내리지 않아 산에 작은 나무들만 주로 있어서, 흙과 돌로 이루 어지 것처럼 보인다. 가끔은 비탈길에 흙밭이라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따져보니 따로 여행을 간 적이 없다. 강아지가 생긴 이후로 두고 어디를 가기도 애매하기도 하고, 나름 집 대출 모기지를 갚느라 좀 더 허리를 졸라맨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돈을 내고 어딘가를 가는 것만이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병원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아마도 내 월급의 반 정도를 벌지만 쓰는 것은 나보다 훨씬 여유 있다. 생일에 힐튼 호텔에서 이틀밤을 럭셔리하게 보내거나, 일주일 정도의 크루즈 여행을 간다. 그 들 대부분은 나보다 좋은 차를 몬다. 

작은 돈을 편하게 쓰는 것은 쉽지만 그 돈을 모아 목돈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최근 읽은 '파이낸셜 프리덤'이라는 책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하는데 중요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어쩌면 그 말이 우리의 경제상황을 표현하는 결정적인 말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안정적인 생활에서만 조절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내 생활이 불안정하고 불행하다면, 내 감정을 조절해서 일정한 저축을 하는 것도 힘들 테니 말이다. 




한 시간 반의 하이킹을 하고 와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던 둘째가 깊은 낮잠에 빠져들어 큰애가 해리를 불러들여 깨우는 작전을 실행했다. 그리고는 깔깔 웃으며 나와서 해리가 자는 둘째의 얼굴에 발을 올렸다고 한다. 

삶의 행복과 즐거움은 아마도 사소한 것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생각된다. 

아주 럭셔리한 여행을 하지 않아도, 비싼 옷을 사지 않아도, 나와 가족들이 안전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으로 나의 행복은 그렇게 채워진다. 


작가의 이전글 나이가 들어야만 생겨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