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Mar 19. 2024

몰입은 커녕...

도무지 요즘은 여기가 늘 햇빛이 비치는 캘리포니아가 맞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로 툭하면 비가 내린다. 오늘도 화창한 아침을 맞이한 지 몇 시간도 안돼서 까만 먹구름이 몰려와 설마 하는 생각에 밖에 내어 놓았던 강아지 이불을 걷었더니 천둥 번개가 치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남부 샌디에이고에 산지 벌써 6년째에 이르렀지만, 최근 이 년간은 겨울에 심심참게 비가 내린다. 가끔은 비가 오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나름 소원수리를 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싱글하우스 집으로 이사 온 지 일 년 반이 지나가는데, 집 앞 작은 뜰에 잔디에 물을 주는 수도세가 아까워 물을 끊어버렸는데, 이제는 잔디대신 잡초가 무성하다. 미국은 어떤 동네는 단체로 집 외부를 관리해 주는 명목으로 심지어 자기 대문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도 우리는 오래된 집을 산 덕분에(?) 집 앞에 마음대로 잡초를 키울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어 기쁘다 할 수 있겠다. 



황농문 교수의 '몰입'을 읽은후, 몰입을 하게 되면 내 안의 천재성(?)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차서 몰입을 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에 십오 분도 한 가지 생각을 몰두할 만큼의 여유가 나지 않는 것은 나의 게으름인지 일에 의한 피곤함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당장 한 가지만을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나의 생각은 나의 일에 관한 것으로 자꾸 흐르고, 나머지는 어떻게 나의 재정적인 미래를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주에도 발가락에 종양이 생긴 강아지의 발가락 절단술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수술은 아니지만 자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머릿속에 다시 시물레이션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준비와 후처치의 계획을 며칠 동안 구상해야 했다. 


'세이노의 가르침'의 저자는 어떤 일을 할 때이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이노 본인이 미군부대의 물품을 가정집 사모님들께 판매를 할 때, 화장품 하나를 팔아도 그 화장품의 성분이 무엇인지 외우고, 그것으로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효용성을 알려주고, 혹은 스팸을 팔 때도 그에 관련된 요리법까지 알려주는 정성을 들였다 말한다. 

나는 그의 글을 볼 때마다, 전에 드라마에서 보던 주인공들이 떠오른다. 가끔 드라마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해서 성공을 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막연히 '저건 드라마니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은 그것이 진짜 성공의 비밀인 것 같기도 하다. 

호텔에서 객실 청소부를 고용했는데, 그가 투숙객의 이름을 외우고, 그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그들의 요구사항을 기억해 서비스를 해주거나 침대보를 가는데 효율성을 생각해 접어 남들의 두 배나 빨리 객실 청소를 한다면, 과연 그런 사람들이 성공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투자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과연 투자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했었는데, 결국 최선의 투자는 나한테 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직은 경제지식이 빈약해서인지, 그냥 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이노는 성공하려면 외로워야 한다 말한다. 

나는 한국에서 미국 수의사를 준비할 때 외로웠던 것 같다. 남들이 잘 때 공부해야 했고, 남들이 휴가를 갈 때 시험을 보러 가야 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할 때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하는 것을 누구와 나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점점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가는 건지 아니면 이제 나이가 들어 무뎌지는 건지 모르겠지마, 더 이상 특별한 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왜 자꾸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쪼는 건지 스스로 알 수는 없지만, 그냥 되는대로 사는 건 재미가 없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무 목표가 없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 있는 한 친구는 병원에 있는 실장과 싸우고, 간호사와 사이가 틀어져 힘들다 하소연을 한다. 

나도 가끔 같이 일하는 텍들이 맘이 들지 않거나 불편해지 때가 있다. 최근에 한 어린 친구는 같이 일하면서 틱틱거리기에 아주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국 나를 보조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들과 개인적인 감정으로 엮인 사이가 아니기에 나를 흔들 만큼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내가 상대방에게 부여한 만큼의 의미만큼 내 감정이 동요할 뿐이다. 

'어린 왕자'에서 이 세상의 모든 장미가 있어도 나에게 길들여지 단 하나의 장미만이 소중한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원하지만 하지 않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