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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Nov 17. 2022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 썼던 시나, 글을 읽는다.

22년 5월 22일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 썼던 시나, 글을 읽는다.


 그때도 매우 슬펐건만, 정말 불과 2개월 만에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

 사람은 언제나 늘 지금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살아생전 엄마에게 효도라는 것을 하지 못했다. 어버이날 그 흔한 카네이션도 달아드리지 않고 그저 말로만 때웠다. 엄마 생일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엄마와 엄마 생일에 제주도를 가려고 했었다. 엄마가 제주도가 정말 좋다고 했다. 엄마가 면허가 있으니 내가 비용을 낼 테니 가자. 이번에는 장녀로서 엄마에게 효도 한 번 크게 해 보자 하는 생각에 들떴으나 가지 못했다. 또 흐지부지 됐다. 더군다나 이번 엄마 생일에는 엄마가 항암 후유증으로 크게 아팠다.


 엄마는 수술 중 사고 때문에 콩팥에 팩을 차고 있었다. 엄마가 그렇게 목욕탕 한 번 같이 가자고 했는데, 언젠가 다음이 있을 줄 알고 안 간다 안 간다 하다가 다시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바보다. 바보. 바보 멍청이.      


 4월 19일에 엄마에게 쓴 편지 겸 시.


 엄마에게 죽지 말고 잘 살아보자고 했으나, 이달 말에 죽었더랬지.

 정말 인생에 숨 쉴 틈 하나를 안 준다. 신은 정말 잔인하다.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늘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후회를 하게 된다. 그 어떤 선택이 그 당시에 최선이라도. 주위 사람들이 내가 후회를 하니 정말 그때 내가 엄마 말을 듣고 병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하고, 외롭게 홀로 그 방 안에서 죽어갔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생각은 항상 든다.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는 뒤따라온다. 나는 평생 그 후회를 안고 살아가야겠지.

 하지만 내가 엄마에게 병원을 가자고 해서, 수술울 하자고 해서 나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니까.


 신이 아무리 나에게 가혹하고 잔인한 시련을 주어도 그것 하나로 살아가야지.

 엄마는 여전히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한다는 것, 그것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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