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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철나무꾼 Nov 21. 2023

글쓰기를 사랑해서 슬픈 사람

오즈를 찾아서 길을 떠난 양철나무꾼의 마음으로...

  글다운 글, 긴 글을 쓴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헤아려보니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시험 준비를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고, 시험에 합격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일에 적응하느라 쓰지 못했다.

그래, 이게 핑계라면 핑계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내겐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고, 올해도 그 부담감은 여전하다.


  작년 9월, 난 인생에서 이루고 싶었던 목표, 거창하게 말하면 꿈 하나를 이뤘다.

공직문학상 수상.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운이 따라줘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이 축하해 주었을 때도 쑥스러워하며 그렇게 말했었다. 운이 좋아서 상을 받은 것 같다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만 생각했고, 수상작품집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그래서 더 다음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지인들은 축하 인사를 건네며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써보라고 말했다.

더 써놓은 글은 없냐고, 요새도 글을 쓰냐는 물음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긴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시간 부족은 더 좋은 글, 더 잘 쓴 글, 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기 두려워서 스스로 주저앉기 위한 변명이다.

1월부터 지금까지 그 변명 속에서 나는 웅크리고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컸다.

글쓰기를 사랑해서 슬픈 사람이라는 소개글은 그런 두려움과 압박감에서 비롯한다. 그런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무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갈망이다.

오늘, 글쓰기에 있어 나는 나를 이렇게 정의한다. 잘 쓰고 싶어서 수없이 고민하고, 잘 쓰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그런 열망에 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은 연습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래서 슬픈 사람.


 이제 나는 대마법사 오즈를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난 양철나무꾼의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오즈의 마법사 등장인물 중 왜 양철나무꾼이냐고 누가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간절함과 절실함이라는 기본 바탕 위에 비록 기계적일지라도 꾸준히 뭔가를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이라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갈망하는 양철나무꾼처럼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그 시선을 글로 옮길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그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어떤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용기 있게 길을 나선 양철 나무꾼처럼,

나도 용기를 내서 내가 쓴 글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이 플랫폼이 대마법사 오즈가 기다리고 있는 에메랄드 시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첫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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