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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철나무꾼 Jan 26. 2024

좁고 평범한 세상 속에서

일기 속에 답이 있다.

 2022년에 상을 받고 라디오 인터뷰를 하면서 2023년 목표는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되는 것이라 말했었다. 수상을 기점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싶었던 그때의 다짐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러나 2023년은 내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고, 현실과 타협하며 그 다짐을 숙제처럼 남겨둔 채 지냈다. 

11월의 어느 주말, 서울에서의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작가 신청을 했다. 

머릿속에서 어떤 글을 주제로 꾸준히 활동할지 수도 없이 생각했기에 거침없이 작가신청란의 질문들에 

나만의 답을 입력해 나갈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지자체 홍보팀에 일하는 공무원이라고 나를 소개하면서 홍보 업무를 통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이야기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공무원으로서 느낀 소속감이 생각보다 강했던 건지 맡은 업무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과 시각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꼈었다. 노인복지 업무 담당자였을 때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꼭 우리 동사무소 민원인 같았고 노화와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민원업무 담당자였을 때는 세상 모든 풍경이 민원거리로 보였다. 하다 못해 움푹 파인 도로를 걷다가 넘어질 뻔했을 때는 '아, 여기 민원 들어오겠네' 속으로 생각했었다. 


  내가 1년간 홍보업무를 하며 느낀 세상에 대해 꾸준히 글을 적고 싶다고 말했던 이유는 모든 정책의 완성이 '홍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홍보 담당자로서 느꼈던 일에 대해 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24년 1월 1일 자로 나는 더 이상 홍보실 소속이 아니게 되었다. 12월 30일. 홍보담당관 사무실에서 마지막 인계를 마치며 그곳에서의 짧았던 1년을 마무리했다.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인 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우연인지 우리 팀에서 상반기에 제작했던 시정홍보동영상이 모니터에 재생되고 있었다. 당시에 회의를 통해 좀 더 참신한 영상을 만들어보자며 이야기했던 기억, 30초 남짓의 영상에 우리 시 관광지를 어떻게 담아야 좋을지 고민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홍보담당관실 직원이고 싶어 직장 내 공모대회에 매년 글을 냈던 지난 시간들도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곧 읍사무소에 발령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주어진 민원을 해결하느라 바빴던 그때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대민업무를 하고 있다. 하루에 많게는 5~60명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분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업무에 만족하고 있냐고 누군가가 물어보기라도 하면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민원인의 요청사항을 들을 때가 내게는 다른 업무보다 덜 피로하고 더 행복한 일이라 말하곤 했는데, 가끔은 그 말대로 생활하고 있는지 조금 의문이 든다.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처음 다짐한 각오대로 지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11월 중순에 받았으니, 시간이 꽤 지난 셈이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누가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쉽게 글을 쓰지 못했다. 다시 짧은 글을 적게 되기까지 사실은 거창한 계기가 있지 않았다. 좁고 평범한 세상 속에서 상처받고 울고 또 극복하며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 하나로 웅크렸던 몸을 펼 수 있었다. 브런치를 통해 내 이야기를 발행하는 건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오로지 앞만 보고 걷기 바빠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귀한 풍경을 마주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든다. 나는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드디어 첫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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