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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제 Mar 10. 2024

미감이 비슷한 사람과 산다는 것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는가

그는 연애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3가지 중 하나로 '미감'을 꼽았다.


미감(美感) :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 아름다운 느낌.


미감은 곧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고, 무엇을 추하다고 여기는가의 문제다.




같은 것을 보고 예쁘다고 느낄 수 없으면 사랑은 오래가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어떠한 것을 추하다고 느끼는지 그 시선이 닮아있지 않으면 함께 있는 일이 고역일 것이다.


즉, 사랑과 공존에 있어서 미감은 핵심적이다.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은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예쁘지 않은데 예쁘다고, 혹은 별로가 아닌 걸 별로라고 말하는 '척'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감수성의 밑동은 금세 들통나기 마련이다.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사람이 '뼛속 깊이 어떤 사람이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 소중함은 그와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때 빛을 발한다.


그 공간에 얼마나 머무르고 싶은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든지,  

바보처럼 감탄하거나 연신 렌즈를 들이대 부끄러움과 이질감이 없다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미감이 닮았다는 것은 단순한 풍경 너머로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누군가는 주름살과 흰머리를 아름답다고 여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늙어감을 아름답지 않다고 보고 미용시술을 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타투에 거부감을 지녔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획일적이고 납작한 신체보다 글씨와 문양을 아로새긴 몸을 근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누군가를 청소노동자가 벌건 대낮에 청소하는 모습을 거북하게 여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청소노동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감추기 위해 깜깜한 새벽에 청소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추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맞지 않는다는 건 실은 엄청난 세계관과 가치관의 차이를 내포하는 것이다.

연애상대의 기준으로 '미감이 맞는 사람'을 언급한 그는 통찰력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만나기 전, 그가 적은 몇 줄의 문장만으로도 유추 가능했다.



연애상대를 고르는 3가지 기준 중 기억에 남는 또 다른 하나는 '취향'이었는데,

취향이 같은 친구와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함께 쓰여 있었다.



취향이 맞는 사람과의 시간은 무소음 시계만큼이나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사람의 취향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전부 형성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결국 취향이란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는 초반 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예컨대 24살에 당신은 무슨 음악을 듣고,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했는가.

무슨 영화를 보고, 어떤 책을 읽었나.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취향은 당신과 당신의 과거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 시기에 한 번 형성된 취향은 잘 바뀌지 않고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강고해져 자신만의 악보에 새로운 악장을 더하기는 어려워진다.


버트란트 러셀을 좋아했고 정희진을 읽었으며

재즈의 역사를 공부하며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를 좋아하게 됐다는 걸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편안한 관계는 오래간다.


서로의 책꽂이와 플레이리스트가 만났을 때 눈과 귀가 괴롭지 않다는 사실은 관계에 있어서 생각보다 중요하다.





사진들은 미감과 취향이 맞는 부부의 주말 나들이 풍경이다.

그가 사진찍어주면 그녀는 신나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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