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바람비행기 윤기경 Mar 19. 2024
비문 / 윤기경
오래된 문을 열다가
흠칫 멈췄다
옛사랑이 문 너머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폐쇄된 영화관의 필름처럼
기억의 테이프를 열면,
분명 거기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쇠사슬로 묶인 영화관의 문
그를 흔들어 보았다
마치 그녀를 묶어버린 것처럼
문은 더욱 처량했다
정작 이 문을 연다면,
내 심장은 흠칫 멈출지도 모른다
봄이 오면 늘 그랬다
헤어진 지 삼십 년은 족히 넘었는데도
문 너머서
기다리는 그 사랑의 고운 얼굴이
오늘도 나를 야금야금
채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