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짝사랑. . ?
당신 없으면 나랑 끈이 어떡하냐. . 와 진짜. .
아침 식사 중 남편의 뜬금없는 감사인사.
이 때다 싶어 거드름을 피워본다.
그러니깐~ 잘 해. 맘에 안 들면 끈이 남겨놓고 집 나가버릴지도 몰라~~
그러나 나의 예상과 달리 돌아오는 건 남편의 얄미운 비웃음.
훗. 먹힐 협박을 해야지. 당신은 끈이를 두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닌걸 내가 너무 잘 아는데. 끈이를 데리고 나간다면 모를까.
아니라며 나도 나가버릴 수 있다며 반박해 보지만 실은 알고 있다. 씨알도 안 먹힐 협박임을.
아기는 이제 곧 10개월을 앞두고 있다.
이 맘 때면 대부분의 아기들은 엄마를 늘 곁에 두고 싶어 한단다.
일명 '엄마 껌딱지'들이다.
우리 아기도 5-6개월부턴 혼자 놀다가도 수시로 뒤돌아보며 엄마를 확인하고, 혹은 다가와 엄마 다리 한 번 쓰윽~ 만지고는 다시 놀이에 집중하더니, 요즘엔 아예 엄마만 잡고 늘어진다. 잠시 부엌에서 설거지라도 하려면 어느새 뽀르르 기어 와 내 두 다리를 잡고 놔주질 않는 녀석.
변기에 잠시 앉을 틈 역시 내겐 사치가 되어버린 난감한 요즘이다.
이렇게 아들의 분리불안이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남편의 비웃음을 통해 진짜 분리불안은 아기가 아닌 내가 겪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 후로 난 혼자인 시간이 없었다.
아기침대를 따로 두지 않고 바닥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우린 잠자는 순간 조차 서로의 살을 맞대고 존재를 확인한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잠시 머리를 정리하러 미용실을 가기 위해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집을 나서는데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마치 속옷만 입고 나온 기분.
뭔가 꼭 착용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아 벌거벗은 느낌.
아직 여름인데도 가슴과 배에 찬 바람이 드는 것 같다.
아기를 품에 안으면 좀 따뜻할 듯도 한데. . .
불안하고 초조함과 더불어 사람들이 날 힐끗 힐끗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 느낌. . . 뭐였지?
분리불안
그래, 그렇게 내 인생 제2의 분리불안이 찾아와 버렸다.
나는 어린 시절 유독 엄마를 찾는 '울트라 캡숑 짱 엄마 껌딱지'였다.
태생적으로 그렇게 타고났던 건지 아님 어떤 사건에 의해 정신적인 충격이 있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나는 다소 심각한 수준의 분리불안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원은 물론, 학교도 다니기 어려웠던 시간들이 있었다.
당시 우리 학교는 규모보다 학생수가 많아 저학년을 대상으로 오전반과 오후반을 운영했었는데,
오전반인 주간은 고학년인 언니의 손을 잡고 어찌 어찌 등교하곤 했지만 오후반인 주간은 학교 가는 것이 보통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하면서 입 안에 침과 함께 눈물샘이 꽉 차오를 때쯤 굳게 마음먹고 현관을 나서 보지만 어느새 내 발걸음은 집을 향해 뛰고 있었다.
참 다행인 것은 엄만 그런 날 한 번도 혼내거나 내치시지 않으셨다.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구~~ 우리 꼬야가 집에 왔드나~~~
학교를 못 가겠드나~~~
하시며 일단 내 마음부터 알아주셨다.
한 번은 무탈히 등교해 학교에 앉았는데 부랴부랴 엄마가 교실로 달려오셨다.
내가 준비물을 놓고 갔는데 이 소심한 딸내미가 준비물 없이 얼마나 놀랬을지를 생각하며 세수도 하지 않고 학교로 뛰어오셨던 것이다.
그러나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앉아있던 내 앞에 엄마가 나타나면서 애 궂은 눈물이 터져버렸다.
엄마는 겨우 날 달래어 자리에 앉히고 학교 밖으로 빠져나오셨는데 허겁지겁 뒤따라 나오는 내 모습을 발견하시곤 얼른 전봇대에 몸을 숨기셨단다.
눈물을 훔치며 두리번 거리다 결국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는 나를 숨어 보며 엄마도 많이 가슴 아파하셨더란다.
시간이 흐르고 주변의 이목을 신경 쓰면서부턴 아닌 척 했지만, 사실 그 후로도 난 아주 오랫동안 엄마와 떨어지면 불안함과 긴장에 오금이 저릿 저릿함을 느끼며 살아왔다.
아기가 태어나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이후로 나에겐 두 가지의 큰 걱정이 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하나는 입원의 원인이었던 적혈구 수치.
다른 하나는 입원의 결과가 될지도 모를 분리불안.
어떤 의학적, 과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나도 그때쯤 엄마에게서 떨어져 입원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 왠지 우리 아기도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그래서 난 우리 아기가 행여 엄마 없는 공포를 느낄까 봐 한시도 아기를 떼어놓지 못 하겠더니, 급기야 이젠 내가 아기에게서 떨어지지 못 하는 불안이 찾아와버렸다.
지난 주말 시댁에서 하루를 보내는데 젖몸살이 급습해 왔다.
차마 아기를 낯선 곳에 홀로 있게 할 수 없어 밤새 고열과 싸우며 견뎠지만 결국 다음날 아침 병원으로 향하며 아기에게 당부했다.
엄마 금방 다녀올 테니 걱정 말고 할머니랑 잠깐만 놀고 있어.
그렇게 당부하고 안심시키고 . . 마치 몇 년은 헤어질 것 마냥 이별식을 치르고 집을 나섰다.
주말이라 당직 선생님 혼자 환자를 보다 보니 대기시간이 어마어마했다.
시곗바늘이 한 바퀴씩 돌아갈 때마다 불안이 엄습해왔다.
잠 올 때 엄마 없음 많이 울텐데.
낯설어서 엄마 없음 놀랄 텐데.
행여 다쳐서 울기라도 하면 엄마가 달래 줘야 멈출 텐데.
남편을 시켜 어머님께 전화 좀 해보라는데 하필 전화도 안 받으신다.
아. . 울고 있나 보다.
아기가 울어서 달래시느라 전화도 못 받으시나 보다.
부랴부랴 주사 한 대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끈아, 엄마 왔어~~
끈아~~
끈아~~
. . .
. . .
대답은커녕 쳐다도 안 보는 녀석.
할아버지랑 아령을 굴리며 헬스의 첫 걸음에 홀딱 빠져있다.
너와 내가 분리되면서 불안한 건 결국 나 뿐이구나.
씁쓸함과 배신감에 남편에게 한 마디 한다.
쟤 내일부터 어린이집 보낼까 봐.
적응 아주 자~~알 할 것 같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