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빌림 Apr 14. 2024

좋아하는 걸 찾기 어렵다면
그저 좋아하기로 정해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방법

감독 쥐스틴 트리에의 영화 <추락의 해부> 끝자락에서 대화가 오고 갑니다.

확신을 할 수 없다면 결정을 해라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면 그저 좋아하고 싫어하기를 구분 짓는 것부터. 그것부터 시작인 듯합니다. 그리고 모든 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거나 단단하기 마련이니 결정한 것이 추후 달라지더라도 유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더라고요.


전 어렸을 때, 떡볶이가 싫었어요. 매운 걸 못 먹기도 하고, 제 입맛에 맞지 않았어요. 분명 초등학생이면

친구들이랑 분식집 가는 재미로 살 텐데 말이죠. 전혀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분식 없으면 정말 무슨 재미로 사나 싶어요. 이건 언제나 선호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꺼내봤어요. 여러분들도 정말 싫었는데 좋아진 것들이 있지 않나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땐 그랬고 지금은 이런 거니까요.


또 다른 이야기로는 저는 수학을 정말 싫어했어요. 숫자의 학문이라니 정말 지긋지긋하고 잘하지도 않으니

수학 시간이 너무 괴로웠거든요. 그런데 잘하는 거랑 좋아하는 거랑 똑같은가요?

저는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문제 하나를 겨우겨우 풀어내 풀이 과정까지 정확히 맞춰낼 때 희열감. 그걸 사실 정말 좋아했는데, 모든 문제를 맞히지 못하니까 싫다고 한 거예요. 사실 나는 수학을 정말 좋아했던 거죠. 매달리는 마음이요. 지금도 수학을 좋아한다고 그저 내가 정하기로 했어요. 잘 못해도 난 이걸 좋아하니까. 그런 마음으로 하다 보니 수학 모의고사 전교 1등의 성적표를 받은 적도 있어요. 좋아하면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현실이 돼요.


과목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데 저는 음악도 싫었어요. 계기는 초등학교 입학하고 1학년 때 첫 음악수업이었어요. 음악과 거리가 멀었던 그때 처음으로 리코더를 배우고 음을 직접 불러보는 수업이 아직도 기억나요.

틀린 주법과 힘겨운 호흡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연주하고 그 음을 부르는 걸 몇 번이고 했어요. 틀렸다고요. 모두가 다음 차례로 넘어가길 기다리는 그 무섭고 지겨운 눈빛을 잊을 수 없었고 그 뒤로 노래와 연주하기를 포기했어요. 하지만 음악을 듣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 혼자 노래방에 자주 가요. 누가 듣지만 않으면 괜찮더라고요. 

친구들끼리 노래방에 가면 거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데, 집에만 가면 혼자 노래를 부르니까 이게 막 튀어나오는 거예요.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는 벅찬 마음이. 결국 친구들이랑 노래방을 가서 처음 혼자서 노래를 불렀는데 "음색이 너무 좋다."라며 진작 노래를 불렀어야 한다고.

나의 그 벅찬 마음을 좋아하기로 했더니, 평생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한 칭찬을 받은 거죠.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려면 그저 좋아한다고 정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이런저런 결정과 반복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해지는 과정이에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