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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여니 Sep 09. 2023

1월, 우울에서 나를 건져준 생일 날의 스톡홀름 여행

1월 30일, 22번 째 생일 여행

2023년 1월 16일에 스웨덴 도착, 1월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첫 여행 


여름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름까지 돈 모으며 여행은 잠시 접어두려고 했다. 하지만 해가 일찍 지고 춥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가 내향적이기까지한 나는 생각했던 교환학생 생활과 달라 많이 의기소침해졌다. 우울한 날들이 이어지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가까운 스톡홀름이라도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스톡홀름에 대한 별 기대와 정보 없이 현 상황을 벗어나고자 떠난 스톡홀름 여행. 큰 기대 없이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스톡홀름에서 좋은 친구들도 만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왔고, 다녀 온 뒤로는 더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었다. 


Grattis på födelsedagen
생일 축하해 





여행 전 날, 쇼핑몰에서 옷 하나를 사서 나가려는데 출구를 여니 너무 추운 바람이 불어서 문을 다시 닫고 잠시 가만히 서있었다.  출구 옆의 샐러드 가게 직원이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마감 준비를 하며 유리창 닦는 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한 눈 돌린 사이에 들리는 '와장창'


직원이 문을 세게 닫으며 유리창이 깨졌다. 가게와 직원에게는 유감이지만 나는 '오호라'싶었다. 의도치 않게 유리가 깨지는 건 내게 늘 유리한 징조였기 때문이다. 아마 스톡홀름 여행이 나름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직원은 가게 근처에 서있던 내게 괜찮냐고 물어봐줬고 나는 괜찮다며 다시 되물어줬다. 무서워보이는 언니였는데 반전이었다. 

 



야간버스를 타고 아침 7시에 스톡홀름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바사박물관이었다. 프랑스엔 루브르와 오르세, 영국엔 내셔널 갤러리와 영국박물관이 있다면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바사박물관이 있다. 바이킹의 나라라는 스웨덴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이미지를 충족시켜주는 박물관이다. 어마어마하게 큰 실제 배가 잘 보존되어있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바사호의 제작 과정, 침몰 과정, 인양 과정과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까지 여러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다. 


박물관을 나오며 든 생각은, '바사호 크기에 너무 욕심을 부려 침몰했듯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구나' 라는 단순한 교훈이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인만큼 나를 포함한 인류가 이 뻔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늘 명심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 외에도 그 시대에 증기기관도 없이 이런 압도적인 배를 만들었던 기술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참 북유럽스러운 사진이다.

올드타운에는 여러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단연 '달라호스' 

이 달라호스가 왜 스웨을 대표하는 친구인지 궁금해서 검색했었다. 부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우리나라의 '복주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귀여운 작은 목각 인형을 만들게 된 스토리가 참 따뜻했다. 


도피하듯이 온 스톡홀름이기에 큰 계획이 없었다. 그래서 바사 박물관을 보고 나니 이제 스톡홀름에서 뭘 봐야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 요소가 다른 수도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지는 않다고 느꼈다. 지금이야 사진 박물관, 아바 박물관, 노르딕 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을 알고있지만 이 때까지는 스톡홀름이라는 도시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그래서 검색하던 중, 무료 박물관이라는 중세시대 박물관에 가보았다. 


스웨덴, 그 중에서도 스톡홀름이 옛날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여러 학문의 전개 과정과 스웨덴 발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보니 크게 열심히 둘러보지는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의학 발달 부분에서 유심히 봤던 기억은 난다.



1월엔 스웨덴에 근위병 교대식을 하는지도 몰랐다. 12시 30분에 올드타운 내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하는데 사람이 많은 것만 보고 추워서 발길을 돌렸었다. 난 정말이지 추위가 너무 싫다. 스웨덴 와서 더 확실하게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여름은 정말 매력적이라서 단점이 장점이 되는 그런 국가다. 나의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을까? 


스톡홀름은 정말이지 깔끔한 수도였다. 내가 가본 국가들의 수도 중에 가장 깔끔하고 정갈하고 큼직했던 거 같다. 여러 섬들이 많고 예쁜 다리가 놓여져있어서일까, 뾰족뾰족하고 깔끔한 첨탑들 때문일까. 모던한 스톡홀름 가운데에 서있으면 나도 이 도시의 사람이 된 기분이다. 바쁘게 돌아가기만 하는 화려한 서울과는 달랐다. 외국인들도 서울에 오면 나처럼 다른 광경에 놀라워하겠지? 궁금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나봐야겠다.


둘 쨋 날, 또 한 번 감라스탄에 가보았다. 사실 갈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가 컸다. 좀 더 열정적으로 제대로 알아보고 여행을 할 걸이라는 후회는 남아있다. 하지만 이 사진을 찍어준 사람과 친해져서 다음 날에도 또 봤다는 사실! 누구에게 사진을 부탁하고싶어서 감라스탄 앞에서 두리번 거리던 찰나, 내 앞에 있던 동양+서양인 조합이 신선해서 사진을 물어봤는데 그 계기로 친해지게 됐다. 둘은 호스텔에서 어제 알게된 사이고 오늘 같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같이 조인 했다. 

한 명은 폴란드 친구, 한 명은 일본 친구였다. 학교보다 여행지에서 만나면 더 친해지고 나도 말이 많아지는 거 같다. 폴란드 친구는 떠나는 날이어서 먼저 가고, 일본 친구 코토미랑 스톡홀름 밤을 걷고, 카페 가서 수다도 떨고 그랬다. 그리고 다음 날이 내 생일이라 혼자 스시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라는 물음에 흔쾌히 같이 가준 코토미. ( 폴란드 친구는 3월에 내가 폴란드 갔을 때 만났었다. 재밌죠? ) 


그렇게 같이 스시를 먹었다. 사실 스웨덴에 오고나서 스시 가게도 참 많이 보이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스시인데 가격이 비싸 함부로 먹지는 못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일 날 스톡홀름에서 먹어야지! 하고 결심했는데 그걸 여행지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와 먹을 줄이야! 세상 일 참 모른다. 


그리고 코토미가 써준 짧은 생일 편지. 이 친구도 한국어, 케이팝, 케이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말이 잘 통하고 오래 만난 것처럼 편했다. 일본 가면 연락해야지!


2박 3일의 스톡홀름 여행을 끝내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팀플 하러 갔다가 집에 와서 혼자 미역국을 끓여먹었다. 이 때 생일 날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랑 싸웠던 거 같다. 그렇게 교환학생으로서의 첫 여행을 끝내고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는 적막한 집이어서 눈물이 날 뻔 했지만, ' 22살 먹고 뭐하니? 얼른 정신 차리고 미역국이라도 스스로 해먹자!' 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역국을 직접 만들었다. 생각보다 많이 쉬웠다. 


엄마가 챙겨준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 비록 엄마랑은 싸웠지만 엄마도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먹은 거 같다. 혼자 여행 다녀오고, 혼자 미역국까지 끓여먹으니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사는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일 날 받은 연락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메세지들. 난 늘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8개월이 지난 지금 새삼스레 느껴본다. 다들 평소에는 각자 삶을 살아가기 바쁘지만, 이렇게 특별한 날에는 서로를 잊지 않는 사이가 오래 될 수 있도록 나도 내 소중한 사람들을 더 신경 써야겠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모순 가득한 세상에 태어나서,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한 나고, 어차피 죽게 될텐데 나는 이 세상에 뭐를 남기고 어떤 태도로 살아야할까라는 생각. 


나는 살아있는 동안 많은 기록을 남기고,
많은 이를 도와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진짜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 맞는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야지. 


스톡홀름에서의 1년을 기대했던 22번 째 생일의 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어느덧 한국 돌아가기 100일 남짓 남았다. 아쉬움이 많기도 하다.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서 남은 날들을 더 보내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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