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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여니 Apr 07. 2024

국어가 싫어서 이과에 간 독서모임장

난독증에서 독서모임장까지 거쳐있는 23세 대학생의 이야기


   

  나는 글을 읽는 게 너무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던 공대생이다. 어릴 때부터 몸 쓰는 걸 더 좋아해서 책을 멀리했더니 글이 통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다. 문해력이 세상 모든 공부의 기본이라는 것을. 그 탓에 고등학교에서도 국어, 영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고 그 증상은 그대로 전공 공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해하는 속도부터가 느린 것이다.


스스로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땐 과거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였다. 별 생각 없이 무섭게 빠져들었다가 아프게 데인 상처를 회복하고자 나를 위로해주는 에세이에 손이 갔다. 그 때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내공을 책을 통해 배우고, 책이 내 친구가 되어줄 수 있구나. 더 어릴 때 이걸 깨달았어야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스웨덴에서 지내게 되었다. 한국보단 좀 더 널널하게 살면서 이 시간들은 어떻게 채울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방법은 온라인 독서모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마침 한국에서 휴학하는 친한 친구가 있어서 함께 만들었던 독서모임 소피아. 노션 페이지를 만들어 간단한 모임 소개와 운영 방식을 작성하고, 네이버 카페 중에 책 관련한 곳에 가입해서 홍보 글을 올렸다. 감사하게도 나와 친구 외에 3명이 모여서 총 5명이서 1기를 운영하게 되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이 모임을 만들 용기가 안 났을 거 같다. 이 자리를 빌려서 내 친구 굿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싶다! 


처음엔 오픈카톡으로, 심지어 익명으로 활동을 했다. 사람들이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느낀점을 말하면 꺼릴까봐 익명을 써서라도 솔직하게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었다. 그렇게 초반엔 각자 책을 읽고, 네이버 카페에 독후감을 올리는 식으로 한 달 씩 끊어 기수 별로 활동을 했다. 


여름 쯤이었나, 한참 이 독서 모임을 발전시키고싶어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 때 좋아하는 언니에게 이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 때 언니가 한 말 :


멤버들끼리의 본딩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익명 말고 실명으로,
대면으로 대화도 좀 하고.


이 때 나도 알게되었다.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 끈끈한 본딩임을. 그래서 다음 기수부터는 독후감 작성 횟수를 줄이고, 실명으로 활동하고, 줌으로 온라인 미팅을 열어 책에 대해 더 깊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감사하게도 늘 5명이 넘는 분들께서 활동을 해주셨다. 본딩이 필요하기에 인원수는 줄이고자 했으나 지원서를 읽어보고는 도저히 내가 떨어뜨리기에 죄송스러운 분들이 많아 조를 나눠서라도 활동을 했다. 


9기 온라인 미팅 

그렇게 현재 10기 활동 중에 있다. 나를 포함해 총 8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직장인, 주부, 대학원생, 대학생 등등 직업도 다양하다. 


내가 이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내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시스템 속에 나를 가두라고 하던가? 그 시스템이 내겐 독서모임이었다. 그것도 어디에 멤버로 속해있는 것보단 리더로 속해 좀 더 채찍질을 하는 것이 내겐 나았다. 둘 째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수 활동만 해도 서로 다른 8명이 읽는 책을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앞으로는 이렇게 브런치에도 종종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고, 많이 부족할테지만 인스타그램에도 올려 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더욱 모였으면 좋겠다. 그에 걸맞게 사람들이 좀 더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독서 생활을 유지하고,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야겠다. 




책은 인생의 험준한 바다를 항해하는데
도움이 되게 남들이 마련해 준 나침반이요,
망원경이고
육분의고 도표이다.

- Jesse Lee Bennett -



저희 모임이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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