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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대 Jun 06. 2022

프리랜서 시대, 셀프 PM이 되자 - (3) 활약

팀 안에서 더 활약하는 PM

프로덕트 매니저(이하 PM)에 대한 3번째 글입니다. 이번에는 직업으로서, 혹은 팀 단위로 업무를 수행할 때 프로덕트 매니저가 주로 맡게 되는 '프로덕트'의 유형에 대해 소개하고 해당 영역 별로 어떤 일들을 수행하는지 알아볼 예정입니다. 프리랜서가 항상 혼자 일한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 언제든 팀원들을 모집해 하나의 프로덕트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팀원들 속에서의 PM 역할을 다루는 이번 장은 특히 중요합니다.


또, 데이터로 먹고 사는 입장에서 보면 PM이 데이터를 활용할 때의 시너지는 굉장해보입니다. 이것을 '무기'로 가졌을 때의 효용에 대해서도 함께 적어보겠습니다.


PM이 활약하는 3가지 분야


먼저 '프로덕트'는 다양합니다. 휴대폰부터 시작해서 휴대폰에 들어가는 앱, 사파리나 크롬 같은 브라우저, 브라우저 생태계에 구축된 수많은 웹서비스와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것들이 프로덕트로 존재하고 그것을 시장에 검증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회사들에서 PM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PM의 수요가 가장 많고, PM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3가지 대표 분야에 대해 소개합니다.


1. B2C 서비스


주로 사용자가 굉장히 많거나 많을 수록 서비스 효용이 높아지는 B2C 서비스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플랫폼' 회사이며 자사 '플랫폼' 내 다양한 기능들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PM을 데려옵니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이 분야는 UX/UI 기획자도 따로 있고, 유저 리서처와 같은 시장 전문가도 프로덕트 팀에 합류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PM은 대부분 연차가 높은 서비스 기획자 혹은 엔지니어가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디자인 설계와 사용자 경험의 우선 순위가 높기 때문에 아무리 애자일한 조직이라 해도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폭포수 모델의 폭포를 온몸으로 받아낸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기획과 디자인이 마무리된 단계에서 엔지니어가 참여해 검토와 수정을 거쳐 작업에 착수합니다.


해외 성공한 프로덕트 팀의 사례를 보면 엔지니어가 기획 및 아이디어 산출 단계부터 참여한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엔지니어가 이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많은 엔지니어가 제품 기획부터 함께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사실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단계에서조차 이를 실행하기는 꽤 어려워 보입니다.


아무튼, B2C 서비스는 PM이 '비즈니스'에 시선을 두면서 프로덕트 팀의 효율과 성과를 높이는 PM다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성장 곡선이 가파른 만큼 진입 장벽도 높습니다.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디자인 및 개발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입보다는 경력 서비스 기획자 혹은 개발자들이 이 분야의 PM으로 전향하기 수월하고, 실제로 이들이 PM으로 전향했을 때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2. B2C 콘텐츠


기업에서 판매하는 영상 콘텐츠나 텍스트 콘텐츠를 말합니다. 유튜브가 영상 기반의 새로운 검색 시대를 개막하면서 TV에서 미디어 커머스 시장으로 돈이 이동해왔고 크리에이터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와 전문 콘텐츠 제작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기획자, 콘텐츠 프로덕트 매니저와 같은 새로운 직무도 따라 등장했습니다.


PD만 있으면 충분할 텐데 PM이 굳이 생겨난 이유를 생각해보면, 역시 '비즈니스' 속성 때문입니다. PM은 비즈니스의 성장과 성공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tv시대에는 '특정 시간대를 사로잡는 시청률'이 지표였습니다. 그래서 제작자(PD)의 뛰어난 제작(Produce) 역량이 8할이라 봅니다. 미디어 콘텐츠 시대의 콘텐츠는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나오는(노출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타깃 고객을 굽이굽이 찾아가서 콘텐츠를 들이밀고 "우리 콘텐츠 한번 봐주세요"해야 합니다. 이는 완벽한 '비즈니스 프로덕트'며 제품을 팔 수 있는 비즈니스 역량이 8할입니다.


PM은 콘텐츠 기획부터 출시까지 마케터, 디자이너, 영상 전문가와 함께 일하며 엔지니어보다는 분석가들과 기민하게 협력합니다. 또 특이한 점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일종의 '주인공'이 필요한데 텍스트형 콘텐츠라면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영상 콘텐츠라면 화면에 나올 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가이드라인 안내부터 마감일 조율과 검수 작업까지 많은 일을 함께 하게 됩니다.


3. B2B 솔루션


기업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B2B 솔루션 업체들에서 PM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은 Project 단위로 관리가 되기 때문에 Project Manager를 채용하는 비중이 높지만 그 와중에 Product Manager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기존에 Project Manager가 이 포지션에서 주를 이뤘던 것은 B2B는 주로 SI 업체에서 많이 담당했고, 제작부터 납품까지가 프로덕트의 수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납기일에 따른 일정관리 및 조율이 비즈니스의 핵심이고 Project Manager는 제작부터 납품까지의 한 Project 사이클을 담당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구독형 제품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비즈니스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솔루션들을 큰돈에 사들이는 것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이 추세에 따라 납품하고 마감이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 발전시켜야 하는 자사 프로덕트를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Product Manager가 필요해졌습니다.


이 업계에서는 Product Manager의 역할이 '일정관리'와 '내부자 조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Project Manager와 Product Manager는 역할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간 해오던 방식과 관성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여기서 PM은 미디어 콘텐츠 분야와 마찬가지로 외부 업체와 미팅 및 일정 조율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내부 개발 인원들과도 협력하면서 프로덕트를 발전시켜나가게 됩니다.


신입 프로덕트 매니저가 갖춰야 할 것들


지금까지 PM이 주로 속하게 될 3가지 업계 유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아무래도 PM이 개발자, 디자이너들과 항상 협업하고 소통하는 직무다 보니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IT 지식들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본 글에서 그 내용은 다루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니 관련해서 공부해보고 싶다면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최원영 저)"을 추천합니다.


분명 PM이 개발자는 아닙니다. PM은 예쁜 디자인으로 최고의 웹을 구현할 일도 없고,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할 서버를 직접 구축할 일도 없습니다. 심지어 프로그램 기반 자동화도 PM이 필요하면 알아서 할 일입니다. 세세하고 정교한 수작업을 선호한다면 그것도 좋고,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으니 자동화하지 않아도 문제 될 일이 없습니다. 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저 데이터는 GA가 분석해주고 매출 데이터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뛰어난 언변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PM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PM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아니라 이 전문가 그룹과 한 무리에 섞여서 프로덕트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는 프로덕트 전문가입니다. 그러니 자꾸 '커뮤니케이션'만을 목적으로 프로그래밍 스킬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B2C 프로덕트를 다루는 PM이라면 반드시 그렇습니다.


신입이 현업의 감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


PM 뿐만 아니라 모든 신입의 유일한 무기는 객관입니다. 아직 실무에 질리도록 물들지 않았고 업계의 관성에 빨려 들기 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반드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엑셀이든 SQL이든 Python이든 상관없습니다. 심지어 그런 툴 없이 데이터를 잘 볼 수 있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정말 많이 보고 데이터를 통해 직감을 배제한 채 문제를 해결해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프로덕트 팀에 데이터 분석가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데이터 분석가가 있다 하더라도 PM이 직접 데이터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비즈니스를 안 하겠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신입 PM이 가진 객관이라는 무기를 맘껏 활용하게 해주는 부스터입니다.


이것은 1~3년 차 주니어 PM에게도 적용됩니다. PM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설득의 중심이 되고, 그 수많은 미팅에서 언제나 최전방 비즈니스를 바라본 채 그 중심이 흔들려선 안됩니다. 객관이 없는 설득은 고집입니다. PM이 프로덕트 혹은 프로덕트에 사용된 특정 기술에 지나친 애착이 있는 것도 그 중심을 유지하는 데에 꽤나 큰 방해가 됩니다.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PM은 모든 구성원이 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서 팀이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자리입니다. 스스로 빛나기보다 프로덕트를 빛내야 하고 프로덕트를 만들어 가는 구성원들을 빛낼 수 있어야 제 몫을 하는 PM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의 어떤 직무보다 객관적이어야 하고 프로덕트 내부가 아닌 바깥의 비즈니스에 항상 시선을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


그러나 안타깝게도 애써 분석한 데이터를 가지고 가서 "분석해보니 고객들이 A를 선호하나 봐요"라고 들뜬 마음으로 발표해도 현업은 시큰둥할 것입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현업의 감은 생각보다 두텁고 예리합니다. 그래서 도메인 지식이 중요합니다. 도메인에 대한 이해는 사실 입사 전부터 선행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익숙해져야 합니다.


피트니스 플랫폼 서비스를 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피트니스나 식단 관련 어플을 써본 적은 물론 생전 운동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품 관리자로 처음 그 업계에 들어간다면 '데이터'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빨리 그 업계와 시장에 대해 경험하고 파헤쳐야 합니다. '데이터'는 도메인 지식이 선행될 때 객관이라는 신입의 무기를 강력하게 만듭니다. 시간과 노력을 쏟은 결과가 '당연한 소리'를 검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도메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데이터를 분석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다음에서야 드디어 데이터는 현업도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거나 기존의 관성을 깨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줍니다. 객관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것입니다.


줌 인, 줌 아웃


항상 데이터를 들여다 볼 준비를 하고 다양한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세요특정 도메인을 너무 사랑하지 마세요.(물론 그 도메인에 평생을 바칠 생각이라면 그래도 좋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 동향을 항상 주시하고 다양한 도메인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경험하고 데이터도 뜯어보세요. 같은 업계만 보지 말고 다른 업계, 전혀 다른 프로덕트도 관심 있게 살펴보고 본인의 프로덕트에 지나친 애착을 가지지 않아야 합니다.


훌륭한 PM들은 평소에는 줌 아웃 모드로 넓은 시장, 넓은 도메인을 쓱 훑어보고 있다가 타깃이 보이면 즉시 타깃을 향해 줌 인 모드로 전환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데이터를 꿰뚫어 보고 비즈니스를 적중시킵니다. 그런 PM이 어떤 팀에 들어가든 방황하지 않고 최고의 프로덕트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전문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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