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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대 Jun 22. 2022

그리 대단한 꿈은 없습니다만 (3)

작은 목표를 새기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곧잘 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태권도를 좋아해서 대회에 나가 이따금 메달도 따고, 시범단으로 퍼포먼스 무대에도 나가곤 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농구에 빠져서 부산은행장배 대회에 출전해서 쓴맛도 보고, 고등학교 때에는 교내 체육대회에서 준우승도 해봤습니다. 3학년 때는 우승 한번 해보려고 오버하다가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죠. 그것 말고 달리기도 나름 잘했던 편이라 체육대회를 하면 항상 반 대표로 계주를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대학교 올라가서는 또 농구동아리에 들어가 시합 몇 번 나가고, 군대 전역하고는 보디빌딩 동아리에 들어가서 몸만들기에 빠져 졸업할 때까지 헬스 트레이너 생활도 3~4년 정도 했었네요.


이렇게 오래도록 운동과 붙어살았지만 이상하게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트레이너 생활할 때도 월세나 벌자는 생각으로 재미삼아 했던 것이지 평생 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일치하면 굉장한 행운이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굳이 운동을 일로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 운동을 일로 하고 싶지 않았다기보다 평생 운동에만 갇혀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가치 있고 생산적인 일이 무궁무진할 테니까요. 더 잘하고, 더 미쳐서 좋아하는 일이 분명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운동 쪽은 미친 듯이 좋아하고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을 벌지 못해도 하루 종일 훈련하고 연습하고, 성취하는 데에 만족감을 얻는 사람들 말입니다. 저는 운동을 지금껏 오래 해오면서 스스로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할 때만큼은 온전히 몰입할 만큼 너무 좋고 최선을 쏟아내지만 그것 말고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보고 싶은 것들이 아직은 더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꿈을 왜 빨리 정해야 하나

꿈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빨리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험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누가 "그게 안정적이야", "전망이 좋다더라", "너한테 잘 맞을 것 같다"라고 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허울 좋은 목표가 아니라 진짜 나의 내면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목표, 그리고 살면서 이것은 꼭 하나 이루고 싶은 그 목표가 맞는가에 대해 스스로 제대로 직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닙니다. 직접 온몸으로 부딪혀 희로애락의 사이클을 한번 겪어보는 깊은 경험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운동과 붙어 지냈고 일도 몇 년 해봤지만 그 경험으로는 무언가 뚜렷한 목표나 꿈을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플랫폼 사업에 대한 추상적인 관심과 목표가 생겨 코딩을 배우고 IT 업계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흘러 지금은 이것으로 독립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회사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서 관련 경험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20대 때는 다양한 경험으로 하고 30대가 들어설 때부터 목표를 따라가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다들 하는 이야긴데 저는 그게 너무 어렵더군요. 좀 진득하게 경험하고 돌아보니 수년이 흘러버립니다. 헬스 트레이너 3년 하고, 코딩 3년 정도 하니 20대가 다 지나버려서 그리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몇 달씩 여러 개를 경험해본다고 해서 그 경험으로 무언가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는 빨라도 1~ 2년 정도는 배우고, 그다음 1년 정도는 업계에서 일을 해봐야 이게 대강 어떨 때 힘들고, 어떨 때 재미있고,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머무름을 반복하다 보면

혼자 천천히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업을 이해하고, 그 업과 본인의 어우러짐의 정도를 이해하는 데에 빠르면 3년, 길면 5년 정도 걸린다고 치면 앞으로도 그리 많은 경험을 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짧은 체험으로 앞으로의 10년, 20년을 걸어갈 길을 정하기에는 미련이 남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한 지점에서 머물고, 그다음 지점에서 또 머물러 보면서, 그리고 그 지점마다 작은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하나씩 이뤄가면서 목표를 도달하는 속도와 성취의 크기를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머무름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속도가 빠르고, 성취의 크기가 가장 큰 것을 찾아낼 것이며 그곳에 제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30대는 그렇게 작은 목표들을 설계하고 이뤄가면서 꿈을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 대단한 꿈은 없습니다만, 지금도 매 순간 작은 목표와 꿈을 새기고 이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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