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음부턴 학생들과의 즐거운 일만 쓰기로 했던가. 4월의 진흙탕을 엉금엉금 지나고 5월이 되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됐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공감한다. 천지 분간을 못하는 나이니 큰 기대는 저버리는 게 좋다. 그렇다고 부모 탓인가? 부모라고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었을까. 우선은 나와 좀 안 맞는 학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다 반에서 학교 폭력이 터질 뻔했고 우리 반 학생이 명확한 피해를 끼쳤다. 피해 학생이 다른 반이라 학교 폭력 접수 사실도 모르고 있었는데 대뜸 학부모로부터 온 연락이
'담임이 돼서 학교 폭력 접수는 미리 알려 주셨어야죠.'
업무 담당자가 아닌 이상 접수 사실을 바로 알 수 없다는 절차를 일반 학부모라면 모를 수도 있지. 침착하게 사실을 알려드리니 한다는 말이
'우리 애만 그런 거도 아닌데 우리 애만 걸고넘어졌어요.'
내가 학부모였다면 우리 애가 친구를 그런 식으로 대했고 그걸 선생님이 알았고 학교 폭력까지 접수됐다는 정황이 부끄러워 전화도 못 했으리라.
학교 폭력 접수 사실을 알고 담당자 선생님에게 내려가서 이것저것 여쭤봤다. 혹 전담 수업 시간에 우리 반이 어떠냐고 물으니,
'선생님, 전담 선생님들 사이에서 6학년 2반 제일 유명해요. 애들이 너무 자기 멋대로라서. 고생 많으세요.'
순간 깊은 한숨이 쉬어졌다. 며칠 지나지 않은 오늘에서야 결국 그 한숨이 실망이 되고 소리가 돼 학생들에게 말로 전달됐는데 말하고서도 편하지 않다. 운이 나쁘면 아동학대자가 되는 건 순식간이기에.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얘들을 개과천선시켜야 하는 걸까. 가정교육의 부재로 인해 예의가 없고 언행이 거친 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내 책임은 아니다. 그런 부모들은 가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정은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 공간이다. 기본 예의범절, 교사가 수업할 땐 비아냥거리지 않기 라든가 수업 중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땐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기 등은 식탁에서 배우는 것이다. 앞에 서서 가르치는 교사가 이런 취급을 받는데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어른은 식은 죽보다도 못할 게 분명하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생의 잘못을 언급하는 일은 잦지 않다. 예를 들면 욕을 했어요, 때렸어요, 떠들어요 등. 그러나 그런 연락이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그건 가정 내 교육 방식이 틀렸고 아이가 망하고 있으니 교육법을 좀 고쳐보라는 신호다. 교실에 서 본 사람은 안다. 각 반의 에이스는 한 두 명이 전부다. 그럼에도 일일이 전화하지 않고 말을 아끼는 건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학생은 배울 준비가 됐기 때문이다. 행여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을 때
"우리 애는 집에서 괜찮아요. 친구가 이상한 거예요, 걔랑은 좀 못 놀게 해 주세요."
같은 방약무인식 주장을 펼칠 예정이라면 다른 건 모르겠고 집에서 딱 한 가지만 더 교육해 주시면 좋겠다.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 공부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잠이라도 자는 게 어떻겠냐고 말 좀 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