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방향을 잡는 능력을 비교하면 초음파를 보낸 후 그것이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한 박쥐들이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인간보다 훨씬 진보했다고 평가해야 옳을 일이다.
-다윈 지능-
특정 대학에서나 만날 수 있는 교수님과 유튜브를 통해 교류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졸업한 대학이 대학인지라 교수님과 사적인 얘기는 물론 학문적인 얘기도 나눌 기회가 부족했었다. 유튜브를 통해 로망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처음엔 최재천 교수님이 지식IN의 여러 질문에 대답해 주는 영상이었다. 그 후로 그의 채널에 업로드되는 다양한 영상을 시청하며 그의 사상에 매료되었다. 그가 강력 추천한 종의 기원 외 다양한 도서를 접하며 생산적인 독서 활동이 가능했다. 편향과 관련된 도서는 특히 인상 깊었다.
'다윈 지능' 초판이 2012년에 나와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명도서였다. 지나치게 차별적인 발언일 수 있겠으나 박완서 씨 소설을 믿고 읽는 것처럼 최재천 교수님의 저서 또한 내게 그렇다. 그의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인 여러 과학적 사실과 사회 현상 해설이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았다. 과학이, 진실이 마음을 흔들 수 있다니. 소설을 읽고 감동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진화학 관점으로 본 세상, 진화와 진보, 성, 종교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한 생물인양 모든 것 위에 군림하여 주인 행세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었나(그 사상을 뒷받침해주는 것처럼 성경을 해석한 교회는 또 어떤가). 남자끼리 모이면 성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이 난무하는 와중에 남몰래 분노하기만 했던 날은 얼마나 많았던가. 그가 생각하는 종교와 다양한 종교인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내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문제의 해답을 잘 정리해 놓은 듯했다.
어디 감히 문과가 자연 과학 도서를 읽냐며 뚝심 있게 사회과학, 철학, 문학 코너만 어슬렁거렸던 과거가 무색하게도 요즘엔 자연 과학 도서만 읽는다. 생각해 보면 수학을 못해 이과를 선택하지 않았던 거지 중학생 때는 무려 시에서 운영하는 과학 영재 수업에 속해 있었다. 그때도 화학과 생물을 좋아했다.
최재천 교수님이 쓰신 통섭의 식탁이라는 책도 잠시 읽기는 했으나 책을 소개하는 책이라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그의 저서와 그가 추천하는 도서를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