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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n 19. 2024

열두 발자국

우리 모두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저 사람이 저걸 믿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열두 발자국-


 인문학이라 하면 막연하게 거부감이 든다. 인문학(언어, 문화,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은 그 정의부터 통합적 학문이라 그 경계를 구분 짓기가 힘들었고 도서관 분류표의 '0'이나 '1'에 해당하는 도서들은 대체로 어렵거나 난해했다. 정의로만 따지면 가장 익숙한 분류 기준 중 하나인 '문과'에 해당할 것 같지만 강연진의 전공은 대체로 '문과'와 관련이 없기도 했다. 한자 그대로 하면 인간과 글의 학문이 인문학이다. 뭉뚱그려 인간에 대한 모든 얘기를 인문학이라 이해하면 어려움이 없을까.

  얼마 전 부산에서는 연례행사인 듯 보이는 인문학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인문학 강연에 한 번도 참석한 적 없는 나로서는 강연 그 자체보다 최애 '최재천' 교수님이 초청됐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강연은 수업을 끝낸 뒤 달려가도 들을 수 없는 시간대라 티켓팅 자체에 초연했다. '최재천' 교수님이 인문학을 하신다면 생각보다 괜찮은 분야의 학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재천' 교수님의 영향은 내게 막대했다. 대체로 내 독서는 문화 예술 쪽으로 편향되어 있었는데 그가 소개해 준 여러 사회 과학 도서와 자연 과학 도서를 읽으며 '과학'에 재미를 들였다. 최근에 읽는 도서는 오히려 '과학'에 편향되어 있다. 본 도서를 고르게 된 이유도 우리 학교 도서관에 '4' 구간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고 나니 '4'보단 '0'이나 '1'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다 보니 얼마 전 읽었던 '살아 보니, 지능'이라는 도서의 저자와 동일하다. 도서 초판일이 18년이니 [열두 발자국] 지필 후에 '살아 보니, 지능'을 쓰게 된 듯하다. 최신작에서 작가는 전작의 작가와는 다른 위치에서 서술하고 있다. 본 도서에서는 강연자의 입장에서 뇌과학과 사람, 뇌과학과 사회 여려 현상을 통합해 자신의 생각을 설파한다.

 도서는 크게 1부(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을 얻다)와 2부(뇌과학에서 미래의 기회를 발견하다)로 나뉘는데 1부가 훨씬 읽을 만하다. 2부의 내용은 AI에 대한 연수와 도서를 많이 접한 뒤에 읽는다면 다소 평범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1부는 저자의 삶과 학문의 깊이가 여실 없이 드러나 좋았다. 그의 통합적 사고, 인문학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책을 다 읽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2024년 인문학 마스터 클래스를 검색했다. '정재승' 씨도 명사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강여니 8월 31일 토요일 15시이니 마침 방학이 끝나기 직전이다. 표가 허락된다면 꼭 한 번 참석해 인문학을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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