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운 보물 지도 같은 악보를 보면서 '자연스러움'의 반대말은 '인간적임'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곧 현대음악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G는 파랑-
나는 음악을 잘 듣지 않았다. 독서할 때 노래를 종종 틀어놓곤 하는데 집중력을 올리려는 목적보다 분위기를 내는 정도라 신중하게 고르지도 않는다. 간혹 찾아 듣는 노래가 있다면 관심 있는 가수가 새 노래를 발매한 곡 정도다.
어떤 계기로 클래식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미술관에 가봤으니 공연장도 가보자는 식의 충동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등 굴지의 작곡가에 대한 얘기를 쓴 클래식 음악 시리즈물을 발견한 것도 한 몫했다. 여러 용어들이 등장하여 지식도 쌓을 성싶었는데 소나타 형식과 소나타의 구분이 여전히 헷갈리는 걸 보면 음악보단 독서에 더 몰두했던 것 같다. 예시도 곧잘 적혀 있었고 유튜브 영상QR도 있었지만 읽는 와중 매번 찾아 듣는 것이 성가시긴 했다. 도장 깨기 형식으로 한 권씩 독파해 나가다 만난 게 쇼팽이다. 조성진의 쇼팽 연주를 들으면서 클래식이 이렇게 좋을 수 있구나 느꼈다.
좋을 때도 잠시, 유튜브 알고리즘의 한계로 쇼팽 음악과 드뷔시 음악 몇 곡을 반복해서 들으니 그것도 곧 시들해졌다. 클래식에 대한 지평은 늘리고 싶으나 그것도 좀 귀찮아 ‘아 어디 괜찮은 곡 모아둔 사람은 없나’ 찾아보는 놀부 심보만 유지한 채 몇 개월이 지났다. 도서관 신간으로 우연히 발견한 이 도서가 그때 내 갈구에 대한 응답이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 친절히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해 두기도 해 틀어두고 읽기에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시 읽기 좋은 날’이라는 책이 있다. 시와 그 감상을 쓴 책인데 꽤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다. 본 도서는 ‘시 읽기 좋은 날’과 비슷한 형식을 취한다. 다만 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엔 시간적으로 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책만이라도 즐겁게 읽었던 건 음악 하는 사람의 감상법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