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진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들의 본능을 논리로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
-유전자 지배 사회-
한때 이과와 문과의 대결이 인기였던 적이 있다. 이를 놓고 랩 배틀하는 영상이 있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이제는 MBTI로 화제가 옮겨갔지만 이과와 문과의 갈등은 첨예하고도 흥미로웠다. 대다수의 80-90년대 생은 이과에 갈지 문과에 갈지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다. 나의 경우 과학은 좋아했으나 수학을 싫어해서 문과로 진학했고 문과반의 남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수학에 대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과와 문과의 갈등은 과학과 문학의 갈등은 아니었던 듯하다. 오히려 수학적 사고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판가름하는 부분이 아닐까.
세계적인 명서, 인류의 대단한 발견으로 뽑히는 다윈의 진화론을 생각해 보자. 다윈은 수학을 싫어하여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 수식이 등장하지 않았다. 반대로 멘델이 밝혀낸 유전 법칙 속에는 굉장히 어려운 수식이 등장한다. 참고로 멘델은 수도자였다. 과학자이나 수학을 못할 수 있고 신학자이나 수학을 잘할 수 있는 경우만 생각해 봐도 과학 대 문학의 대결을 옳지 않아 보인다.
본 도서는 카이스트 교수의 저서다. 책 소개에 적힌 한 문장이 너무 강렬하고 맞는 말이라 문장을 소개하자면,
"한마디로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이 쓴 이기적 유전자다."
바이오뇌공학이 어떤 학문인지는 몰라도 과학을 바탕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날카롭고 혁신적이었다. 가정과 사랑, 사회와 혐오, 경제와 번식, 정치와 정치 성향, 의학과 죽음, 종교와 인간에 대한 그의 고찰은 단순에 읽기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으나 유전자와 진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경제와 정치는 내가 크게 관심이 없는 분야라 그런지 몰라도 가정, 사회, 의학에 대한 그의 접근이 새로웠고 종교에 대한 비판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한국 교회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얘기였음이 분명했다.
어떤 말이 더 필요하랴, 현대인의 필독서 중 한 권으로 손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