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는 명명(命名)한 현상이다. 방 밖의 온도가 25 이상인 무더운 밤, 열대야는 따뜻한 이불속과 다를 바가 없다. 겨울이면 전기장판을 켜고 잠에 드는데 열대야가 그것과 무엇이 다르랴.
계절은 오랜 지속이다. 봄은 활기차고 가을은 상쾌하다. 그래서 여름은 꼭 여름이어야 할 것만 같고 겨울은 반드시 겨울이어야 할 것만 같은 건 아닐는지. 강아지 산책 중에 이런 기가 막히는 헛소리가 떠올랐다.
이름이 없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노랗기도 하지만 주황이 돌기도 하고 꼭 보라나 분홍도 섞인 하늘의 현상. ‘노을’이라고 부르자면 그럴 순 있지만 어딘가 찜찜하고, ‘알록달록’으로는 그 다양함을 채 담지 못하는 현상. 이름이 없어야 했던 것들을 생각해 본다. 이름에는 뜻이 있고 뜻은 존재를 한정한다. 25 미만의 밤은 열대야가 아니다. 그저 열대야처럼 무더운 밤이었을 뿐.
신의 이름은 어디서 왔는가. 신은 경전 한 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인가. 과학이나 이성이 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인가 혹은 신학이 신을 제한하는 것인가.
여름의 열기를 겨울에 풀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대로 겨울의 냉기를 여름에 가둬둘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런 기상천외한 헛소리는 입 밖으로 꺼내지만 않았지 여름이나 겨울의 절정에서 매번 하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