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박 Aug 02. 2023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표출하는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

뮤지컬 <스위니토드>

오랜만에 찾아오는 듯하다. 열세 번째 시간을 맞이하는 작가 ‘박’의 심심한 고찰.


때는 2019년, 교양 리포트 작성 겸 취미 생활을 목적으로 뮤지컬 <스위니토드>를 관람한 적이 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청중을 압도할 만큼 충격적인 무대 위의 잔상은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실존하는 시대적 상황을 통해 인물의 행위 동기를 포착할 수 있는 작품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뒤틀린 욕망을 섬뜩하게 풀어내고 있는 어느 이발사의 이야기에 대한 심심한 고찰을 시작한다.

© 뮤지컬 <스위니토드>

영문도 모르는 채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해야만 했던 사람이 견뎌내야 할 슬픔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을까. '스위니토드'에게서 느낀 첫인상은 ‘연민’의 감정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이별의 원흉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모습이 정당하다는 다소 모순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차 변질되어 가는 그의 행위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는 선량한 도덕관으로는 쉽게 용납할 수가 없다. 증오심이 이렇다 할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 본다면,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하고 냉정하며 섬뜩하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시대적 배경과 흐름에서 그 행위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만일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내재된 욕망이 표면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면. 살인 행위가 복수라는 명목을 앞세워 숨겨진 욕망을 실현시키는 수단이었다 생각해 본다면. ​과거 성실한 이발사라 불리던 그가 지나치게 잔혹하고 광기 어린 행위를 지속한 것에 대한 의문이 아이러니하게도 해소된다.


빅토리아 시대 무차별적으로 강요된 도덕적인 관념들. 본능적인 감정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인 선행을 베푸는 자만이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되었던 억압적인 시대적 상황. 이러한 환경이 되려 삐뚤어진 욕망을 표출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미뤄본다면 여간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현실적이고 괴이한 이야기가 사뭇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마음속 깊숙이 내재된 ‘욕망’을 대신 실현시켜 주는 ‘성실한 이발사의 잔혹한 행위’라는 모순적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열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 2023. 박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특별한 하루를 당신에게 선물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