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감기 바이러스까지 꽁꽁 얼려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기가 유행이다.
아니, 생각해 보면 올해는 사계절 내내 감기가 유행이었던 것 같다.
마스크 해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감기, 독감 등으로 인해 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아이와 아이친구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번갈아가며 아팠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아이는 생각보다 더 자주 아프다는 것을.
봄이면 봄이라 아프고,
여름이면 여름이라 아프고,
가을이면 가을이라 아프고,
겨울이면 겨울이라 아픈 것이 아이들이었다.
감기뿐만 아니라 장염, 수족구 등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호시탐탐 아이들을 공격한다.
소아과에 가보면 어마어마한 대기시간에 놀라게 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사는 곳에는 평일에 방문하면 1시간~2시간 대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주말은 3시간 이상도 기다려본 적이 있다.
그나마 대기를 해서 진료를 받게 되면 다행이다.
대기자가 많으면 접수가 마감되어 진료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응급실밖에 없다.
(정말 위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응급실행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얼마 전 기온이 영상으로 올랐던 주말, 둘째 아이는 놀이터에서 2,30분가량 놀았다.
미세먼지가 안 좋았지만 마스크를 했기에 안심했다.
하지만 낮잠을 자고 깬 아이는 목이 따갑다는 말과 함께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했고, 뜨끈한 열감이 느껴져 체온을 재어보니 38.8도까지 올라있었다.
부랴부랴 '열나요' 앱을 켜서 기록을 하고, 해열제를 찾았다.
지난번 해열제 트라우마로 아이가 약을 거부할 것이 뻔했지만 축 처져있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역시나 약을 거부하던 아이는 해열제를 넘기자마자 점심에 먹은 것을 다 게워내더니 더 기운을 못 차렸다.
그래도 좋아하는 막대사탕을 내밀며 사정사정하고, 티스푼으로 해열제를 조금씩 먹이니 그나마 약을 토하지 않고 넘겼다.
열이 내리는지 지켜보면서 남편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말에 연 야간병원을 가는 것과 다음날 아침 일찍 소아과에 가는 것-
해열제 덕분인지 아이의 열은 정상체온을 회복했고, 아이도 기운을 차렸기에 우리는 소아과 오픈런을 택했다.
둘째 아이가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은 것이 불과 2주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첫째 아이 차례인 것인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기운이 넘쳤던 아이가 저녁부터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는 좀 컸다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 체온을 재고,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아이의 상태를 지켜봤다.
열이 나는 것과 간간히 기침을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열도 해열제를 먹고 난 뒤에는 정상체온으로 내렸다가 다시 오르는 것을 반복하고 있기에 야간 진료를 받는 것 대신 내일 아침 소아과로 달려가기로 했다.
아이들과 다니는 소아과는 예약을 받지 않고, 도착해서 대기하면 순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주말은 진료 시간이 평일 보다 더 짧기에 소아과 진료 시작도 되기 전부터 엄마, 아빠들이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대기줄을 설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할 테고.
조금이라도 빨리 진료를 받아 아이를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
내가 브런치를 먹기 위해 소아과 오픈런을 하는 게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