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도전-나, 그리고 엄마
수영복을 입어 본 적이 언제일까?
대학시절 홍도에 놀러 가서 뗏목보트가 뒤집혀 물에 빠진 뒤로는......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물놀이를 가도 항상 짐을 지키고 있던지, 간식을 챙겨주던지 하는 것이 전부였다.
난 결코 물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몇 달 전 여고 동창 단톡방에 톡이 올라왔다.
“하이 친구들~! 8월 10일 에서 11일 시간 되는 친구들은 부산 아난티에서 놀래? 풀하우스 예약 가능해서 일단 잡았어. 내가 초대할게!”
아난티가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보니 엄청 인기가 있는 곳이었다.
친구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일단 친구들과 너무나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왔다.
20킬로 감량한 나는 꼭 비키니를 입으라는 친구들의 성화와 "모두 수영복을 꼭 가져와야 한다."는 미션에 수영복도 주문을 하고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부산 여행을 준비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꿈만 같았던 1박 2일의 여정이었다.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아난티에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우리들은 다음을 기약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왔다.
밤새 퍼붓는 비와 천둥소리에 잠을 자지 못했다.
행여나 폭우로 여행이 취소될까 봐서....
아침에 친구와 터미널에서 만나 순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순천에서 친구 차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야속하게 퍼붓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부산은 비가 안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멈추었다.
서울 친구들도 부산 역에 도착해서 택시로 아난티에 도착했다.
함께 모인 우리는 간만의 안부를 묻고 피자와 치킨을 배달 주문하고 와인으로 잔을 부딪혔다.
하늘과 맞닿은 기장의 바다를 배경으로 아난티의 경관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넓은 숙소와 바다 뷰를 간직한 풀 하우스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린 중년의 여고 동창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추억의 디스코장 음악에 맞추어 떼창을 하고 서로 물장구를 치며,
까르르 깔깔! 하하하! 푸하하하!
어떤 표현으로도 이 날의 상황을 표현하기가 힘들 것 같다.
각자 준비한 수영복을 입고 와인 잔을 부딪히며 물속에서 장난치고 깔깔거리기를 3~4시간은 족히 놀았던 것 같다. 풀에서 일몰을 보고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저녁 바다를 구경했다.
서로 손을 잡고 별을 보기도 하고 밤바다를 보면서 우리는 스무 살 시절을 추억하고 학창 시절을 이야기했다. 흥분한 나는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행복한 순간도 잠깐, 다음 날 체크 아웃을 하고 해운대 근처에 와서 복국으로 해장을 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부산 역으로, 순천으로 각자의 터전으로 향했다.
순천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친구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순천에서 오는 우등 버스를 처음 탔는데 안락하고 편안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잠시 눈을 감았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가 60살이었을 때 나는 엄마가 아주 많이 늙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엄마의 60살에 이런 즐거움이 있었을까?
어쩌면 엄마도 완전한 어른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놀고 오면서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옆에 친구는 몇 년 전에 구순의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내 엄마는 요양원에 계신다. 83세 엄마를 생각하면서 나의 83세를 상상해 본다.
60살에도 70살에도 나는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ㅎㅎ 웃음이 난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나이를 먹는 것은 의무지만 어른이 되는 것은 선택이라고 했던 가!
어른 다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주말에는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보러 가야겠다.
"삶을 더 많이 칭찬하고 축하할수록 축하할 일이 삶 속에 더 많아진다."-오프라윈프리
잘 익어가자. 엄마를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