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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Mar 20. 2024

빌어 먹을 책임감

도서관에 근무하는 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최소한의 한국사라는 책이 있을까~친구야!^^'

도서관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응. 책이 있는데~. 어떻게 가져갈래?'

'내가 점심시간에 들를게.'

'점심 같이 먹을까? 내가 시켜 놓을게'

'그래. 같이 먹자. 너 먹고 싶은 것으로 시켜'

친구는 치킨 샐러드를 시켜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이런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생각도 못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친구가 건넨 말에 짐짓 놀랐다.


"친구야, 나.  28일 날 수술해."

"뭔 수술?"

"유방암 1기란다. 광주에서 수술하기로 날 잡았어. 최대한 빠른 날로 수술 가능한 병원을 잡다 보니 광주에서 하기로 했어. 화순요양원까지 연결해서 한 달 정도 쉬게 될 거야. 많이 무섭고 떨리고 그런다."

"담담하게 받아들여. 1기라서 얼마나 다행이야. 쉬어가라고 너한테 휴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먹자." 위로한답시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가 하는 어떤 말도 친구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12월까지만 도서관에 근무하고 쉬려고 한 단다. 실업 급여받으면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하고 싶긴 하다. 

도서관에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이 기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병원에 있는 동안 도서관을 봐줄 학생 엄마 한 분이 있다고 했다.

'교육원을 그만두고 이직해 버릴까' 하는 마음이 고개를 내민다. 조건은 교육원 보다 못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있다는 생각만 하면 꼭 하고 싶다.


그러나 이 빌어먹을 책임감! 

내가 맡고 있는 10명의 학습자들과 올해 교육원에서 받은 예산의 정산을 해야 하는 회계 업무를 내던지고 나온다는 것을 내 자신이 용납이 안된다. 올해까지 마무리하고 내년에 친구가 그만두면 그 자리에 내가 신청을 해 보면 어떨지!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2025년에는 내가 작은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만약에 된다면 토요일에 다니는 여행은 이제 다 간 걸까?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요일 월요일이 휴무인 도서관 근무를 진짜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일까?

갈등이 생긴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고 내 마음속 생각인데도 혼자서 심각하다.

친구는 아픈데, 내 머리 속에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인 존재다. 인간이 아니고 내가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퇴근하고 수요예배에 참석했다. 친구를 위해 기도 하는 나를 돌아보며 나의 이기심을 놓아보낸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 지라도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 시니라>

잠언 16장 9절말씀이다. 나의 결음을 인도하시는 여호와께 나의 길을 맡기고, 나에게 주어진 매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백일백장 #책과강연 #그레이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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