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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Aug 15. 2024

"똑띠야! 우리 웃으면서 만나자."

1월에 할머니가 된다고!

           할머니      by 정은애


"이쁜 할머니 책 읽어주세요!"

"옛날 옛날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올망졸망 꼬마 아이들

반짝반짝 두 눈 반짝일 때

할머니는 책을 펼친다

책 읽어 주는 할머니

그때가 언제일까

상상 속의 나를 마주하며 미소 짓는다


하늘 한 번 올려다 보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맴맴 소리에 귀가 따갑지만

목을 스치며 귀밑머리 날리는 바람에

가을소식이 오려나 보다

더 좋은 소식이 먼저 오면 좋겠다


"할머니 되신 거 축하해요"

기다리는 소식보다

가을이 먼저 와 버린 것 같다.


"할머니~"

맴맴 소리에 들리지 않는다  



맴맴 소리가 시끄러워도 할머니 소리가 들린다. 우하하하~


지난주에 커뮤니티에서 시집을 만든다고 두 편의 시를 제출하라고 해서 쓴 詩다. 

주말에 아들이 전화가 왔다. 

"15일에 목포 가면 대반동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하시게요."

"밥을 먹지 무슨 커피야?"

"아니요. 밥은 좀 그렇고 차나 한잔 해요."

'무슨 할 이야기가 있나 보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기다렸다. 


카페에서 만난 아들내외가 봉투를 내밀었다. 

"한 번 열어봐 주실래요?"

와~ 초음파 사진이었다. 

1월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고 똑띠가 보내는 카드였다. 똑띠는 태명이란다. 

16주가 되었다고 한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꾹 참았다.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지?

며느리가 보여준 영상에서는 임신 소식을 듣고 펑펑 우는 아들의 영상도 있었다. 

그 영상을 보고 또 눈물이 글썽이고, 집에 와서 들은 이야기로 남편도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꾹 참았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건가! 

뭘 좀 먹고 올라가라고 했는데 입덧이 심해서 먹을 수 없다고  그냥 간다는 것이다. 그나마 오늘은 조각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먹는 며느리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어야 하는데!' 걱정이 되기도 했다.


광복절에 찾아온 똑띠의 소식과 함께 남편의 닫힌 빗장문도 열린 것 같아 감사하다.

먹고 싶다는 거 사주라며 남편은 아들에게 송금을 하는 눈치다. 뭐라도 해서 먹여 보내야 하는 마음은 부모의 마음이고 아들내외의 마음은 집에 가서 편하게 쉬면서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어둡기 전에 올라가라. 얼른 가서 쉬어라."

추석에 뵙겠다는 인사를 듣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할수록 기분이 묘하다.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이런 기분이구나....

똑띠야~ 우리 곧 만나자! 

두 팔 벌려 크게 호흡한번 내 쉬어본다.


나의 꼬물이가 자라서 결혼을 하더니 이제 아빠가 된다고 한다. 

아들! 너의 똑띠가 잘 자라서 너와 같은 어른이 될 때까지 엄마가 지켜볼 수 있을까!

아들이 나의 가슴속으로 들어온 그날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 아들이 이제 아빠가 된다니...


"똑띠야! 우리 웃으면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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