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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초파파 Apr 21. 2023

당신의 개가 밥을 먹지 않는 이유

강아지가 밥을 먹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반려견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는 커뮤니티들을 다니다 보면 '우리 개가 밥을 안 먹어요!'라는 다급한 보호자의 글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고등 생물이 지구에 없듯이, 개나 사람 모두에게 먹이를 구하는 것과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6.25 전쟁 이후 빈곤의 시대에 툭하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데, 그런 시대를 직접 겪었거나 혹은 집안 어른들로부터 '배고픔'에 대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끼니'를 중요하게 인식한다. 오죽하면 만나서 하는 첫인사가 '밥 먹었냐?' 일까. 그래서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려견이 끼니를 거부하는 일이 생기면 그 걱정이 더 심각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우리 반려견 리초도 평소보다 식사를 적게 하거나, 혹은 입도 대지 않는 날이 있었고, 지금도 가끔 그런 날들이 있다. 리초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우리가 경험치가 적을 때 그런 일들이 생기면 걱정을 정말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행동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어서 그런 날이 있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잘 넘기는 편이다.


  내 강아지가 밥을 먹지 않을 때 걱정을 많이 하시는 보호자님들에게 조금 걱정을 덜어드렸으면 하는 바람에 우리가 경험한 것들과 이해하게 된 것들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건강이 좋지 못할 때


  강아지가 진짜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식사를 거부한다. 사람도 그날따라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좋지 않으면 죽 같은 음식을 찾거나 일부러 끼니를 거르기도 하는데, 그것처럼 개들도 자신의 몸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음식을 먹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식사를 하지 않는다.


  리초는 육류성 단백질에 대한 식이 알러지와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었다. 알러지라는 것은 피부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내장에도 영향을 준다. 음식들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여 묽은 변을 보거나 먹었던 음식을 토해낼 수도 있다. 그런 일이 하루 이틀 반복되면 스스로 식사를 끊기도 했었다.


  또 다른 병에 걸려 있거나, 소화할 수 없는 물건을 삼켰을 때 등 여러 건강의 이유로 식사를 거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일 때에는 동물 병원에 최대한 빨리 방문을 하는 것이 좋은데, 보호자는 병원을 가야 할 일과 가지 않아도 될 일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평소 내 개의 행동과 컨디션을 잘 모니터링한다면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건강의 변화는 보호자가 대변의 변화로 1차적으로 가늠하는 것이 좋다. 사료를 바꾸지 않았는데 대변의 색깔이 변하거나, 먹는 양의 큰 변화가 없었는데 대변이 물러지거나 설사로 나오면 내 개의 컨디션 혹은 건강의 변화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대변 모니터링을 잘하려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내 개에게 매일 정해진 음식과 정해진 양을 먹이고 있어야 한다. 여행을 가게 되면 삼겹살 바비큐를 해서 반려견과 나누어 먹을 것인데, 삼겹살처럼 기름진 음식을 반려견이 갑자기 많이 먹게 되면 지방을 잘 소화하지 못해서 다음날 설사를 한다. 만약 집에서도 날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다양하게 먹이고 있다면 대변의 상태가 매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대변으로 반려견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내 개의 행동을 잘 모니터링하여야 한다. 산책 중 강아지가 걷던 중 순간적으로 빠르게 변을 보기도 하는데, 어떤 보호자들은 개에게 집중하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개가 어떤 행동하는지 늘 잘 관찰하고 필요하면 개입해서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이상한 물체를 삼켜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료가 정말 맛이 없어서


  보호자가 준 사료가 맛이 너무 없어서 식사를 거부할 수 있다. 어린 강아지 때에는 성장기라 에너지가 필요해 뭐든 폭발적으로 먹어치우지만 1살이 넘어 성견으로 완성되어 가는 시기가 되면 그동안의 경험에 따라 개에게도 음식의 향과 맛에 대한 기호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료는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할 것이다. 원래 먹어오던 사료도 나이가 들면서 지겹거나 기호성이 떨어져 먹지 않게 될 수 있다.


  우리 반려견 리초도 이런 행동들이 꽤 있는 편이었다. 우리 개는 생선보다 고기를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생선 원료로 만든 사료를 주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지 않았었다.


  이럴 때에는 보호자가 반려견이 좋아할 만한 사료를 찾기 위해 노력을 좀 기울여야 한다. 소량의 사료로 미리 기호성 테스트를 해보고 본격적으로 구입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주 적게 포장되어 있는 샘플 사료는 업체에서 가끔 프로모션 할 때나 풀리는 것이어서 평소 쉽게 구할 수 없다. 그렇기에 1~2킬로 되는 소포장 사료라도 2~3만 원을 지불하고 구입할 수밖에 없고, 샀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반려견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하는데 반려견이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게다가 사료에 대한 기호가 특이하게 좁은 아이들이 가끔 있다. 이런 상황이니 사료 바꿀 때 돈 버린다는 말이 보호자들마다 경험담처럼 나온다. 그래서 산책하면서 만나는 다른 강아지의 보호자들과 교류하고 친해져 놓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서로 사료를 조금씩 나누어 먹여도 되고, 공동구매 하여 부담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사람 좋아하고 친절한 골든 리트리버는 식탐이 강한 편이어서 언제나 밥과 간식을 잘 먹는 편이라 훈련하기도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반면 생존 지능이 높아서 스스로 식사량을 늘 조절하는 견종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활동량이 적어서 에너지 소모가 적었던 날은 식사를 조금 덜 하는 편이고, 신나게 놀아서 몸을 많이 움직인 날은 평소보다 더 먹는다. 그래서 보호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체중이 잘 유지되는 편이다.


  비슷하게 논 것 같아도 에너지를 실제로 덜 쓴 날도 있기 때문에 개가 허기짐을 별로 느끼지 못해 먹는 둥 마는 둥 할 수 있다. 사료 기호성도 좋아 평소 잘 먹고, 대변 상태나 컨디션도 이상이 없을 때 먹지 않으면 대게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보호자가 조심해야 할 때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이다.


  학창 시절에 부모님께서 마당에 백구 한 마리를 키우셨다. 그때는 산책 같은 기본적인 개의 복지에 신경 쓰던 시절이 아니기에 개는 늘 마당에서 머물렀고 그렇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적어 스스로 사료를 먹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럴 때 어머니께서는,


"왜 밥을 안 먹어, 아이고 안 되겠다."


라고 하시며 계란을 한 두 알 부쳐서 개에게 먹이곤 하셨다. 개는 계란, 고기 이런 것을 사료보다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맛있게 먹을 것이고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면 사료를 점점 더 먹지 않게 식성이 변할 것이다. 그래서 보호자가 마음이 약해지지 않고 리더처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매일 자율 배식


  개들이 식사를 하는 것은 야생에서 먹이를 구하던 본능과 조금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전문가 처방없이 자율배식하는 개들은 늘 그릇에 담겨 있는 사료에 흥미나 식욕이 생기지 않게 될 수 있다.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이는 관심이 없어진다. 그렇지만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나오는 먹이는 그렇지 않으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자율 배식을 중단하면 다시 식사를 잘 하게 될 수 있다.


  내가 알기로 개에게 자율 배식이 필요할 때는 개가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되어 있어서 전혀 먹이 활동을 하지 않아 생존 자체가 위험할 때 말고는 없다. 개가 머무르는 곳이나 자주 다니는 곳에 사료를 늘 준비해두고 조금씩 자주 먹게하여 기력을 회복하고 풍족하고 안락한 환경임을 알려줘서 마음의 병을 낫게 하는데 도움이 되게 한다고 한다. 보통 장기간 학대, 잦은 파양 등을 당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심리치유 목적이다.

  개가 조금씩 여러 번 먹는 아이들도 있어서 어느 정도 시간을 기다려주되, 너무 길지 않게만 기다려준 후 사료 그릇을 치우는 습관을 들이면 여러모로 좋다.


심리적인 요인


  개가 주변 환경에 긴장감을 많이 느끼면 식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바깥세상 경험이 적거나 생존 지능이 높은 개들은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낯선 환경에 당황하고 익숙하지 않은 냄새와 소리 때문에 긴장과 경계심을 쉽게 풀지 못하여 식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개도 이전에 여행 경험이 적을 때 새로운 환경에 가면 그런 일이 많았다. 평소 그 좋아하던 소고기를 구워서 입에 들이밀어도 먹지 않았었다. 이럴 때는 사실 개가 스스로 적응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보호자 스스로가 여행지에서 긴장을 풀고 앉거나 누워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개들도 한결 빨리 편안해한다. 또 주변을 자주 산책해서 개 스스로 주변의 사물과 동물들의 소리, 냄새들을 느끼고 분석하게 해 주위를 체크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 주면 적응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호자 사용 설명서


  마지막으로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개들은 언제나 충성심 있게 보호자의 지시를 즉각 이행하는 동물이 아니다. 힘든 일보다 편안하고 쉬운 방법대로 행동하려는 욕심이 있다. 사람도 똑같이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더 쉽고 힘들지 않은 일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처럼 개도 적은 에너지를 쓰고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을 더 선호한다. 거의 모든 동물이 사실 이러한 본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밥을 먹지 않는다고 반려견에게 쉽게 간식을 내어주거나 쩔쩔매는 모습을 개에게 여러 번 보여주게 되면 개가 보호자를 어떻게 심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이것은 여러 가지 나쁜 행동들로 발전될 수 있다. 보호자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더 쉬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우연히 사료보다 간식을 더 먹고 싶어서 안 먹어봤더니 보호자가 간식을 꺼내주면서 이뻐해 주었고, 개는 간식을 더 먹고 싶으면 식사를 거부하면 된다고 배운다. 다른 날 보호자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간식을 주지 않자 개는 자기 원하는 것 알아 달라고 한 번 짖었다. 그랬더니 보호자는 다른 집에서 항의할까 봐 얼른 간식을 꺼내주었고 개는 보호자에게 짖으면 좀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런 일이 몇 번 되풀이되면서 점차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반려견의 요구성 행동이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은 먹는 것을 넘어 생활 전반에 퍼져나가 자기가 원하는 것만 얻고 행동하려는 개로 변해간다. 보호자가 필수적으로 행해야 하는 치료나 관리, 기본적인 훈육 같은 것은 힘든 일로 여겨 아예 거부하게 될 수도 있어 정상적으로 반려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우리가 보통 TV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문제견들은 타고난 기질과 보호자의 양육 방법, 혹은 환경이 맞지 않아 그런 경우도 있겠으나 식사 같은 부분에서 개들에게 사용 설명서가 쥐어진 경우가 시발점인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형견이 이에 많이 해당할 것이라 본다. 소형견들은 덩치가 작기 때문에 모든 행동들이 귀엽게 비칠 수 있어서 인간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좋은 행동과 그렇지 못한 나쁜 행동에 대한 구분이 보호자나 반려견에게 전혀 없을 수 있다. 힘도 약하기에 큰 행동을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문제견인 상태로 키우는 사람들도 주위에 종종 볼 수 있다. 조금만 보아도 저 집은 개가 주도권을 다 쥐고 있구나 싶은 집이 있다.


내가 노력하는 식사 습관


  나는 몇 가지 규칙을 두고 우리 개의 식사 습관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것을 소개해보려 한다.


하루 식사는 1회 30분 간 할 수 있다. 30분이 지나면 사료가 그릇에 남아 있더라도 바로 치운다.

매일 정해진 무게만큼의 사료를 준다. 전날 남겼으면 남긴 사료에 정량에 맞게 더해서 준다.

사료 남기는 날이 반복되면 요구성 행동일 수 있기 때문에 평소의 1/2로 식사를 줄이고 1주일 유지한 후 원래 양으로 되돌아가 본다.
(단 활동량과 컨디션이 같아야 함)

필요하면 정량을 수정하여 늘리거나 줄인다.

발 닦기 같은 관리 작업 후 먹이는 간식, 훈련 때 먹이는 간식, 일반 간식은 구분하여 두고 일반 간식 외의 간식은 평소 주지 않는다.

모든 사료와 간식은 앉아야만 준다.

가끔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이 순간을 같이 기억하기 위해 내가 먹는 음식을 조금 나누어 준다.
(여행 갔을 때 바비큐 같은 것들)


반려견이 음식은 공짜로 생기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고 보호자가 챙겨주는 것임을 감사해하며 먹어야 우리의 관계가 더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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