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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Apr 09. 2024

버섯과 굴이 공평하려면

10분 훈화

2024. 4. 7.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설마 나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

"우리 아들, 그게 무슨 말씀인고? 아무리 먹일 게 없다고 엄마가 우리 아들한테 골탕을 먹이겠어? 그건 오해야!"

거의 모든 일에 있어서, 걸핏하면 '공평'을 외치는 아드님이 아침부터 볼멘소리를 하셨다.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이다.

봐준 건 아닌데, 엄밀히 말하면 그건 아닌데, 하지만 꼭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아드님의 불평을 일단은 듣고 있어야 했다.


"엄마, 이건 불공평하지. 왜 누나는 봐주고 나는 안 봐줘?"

그러니까 아드님의 불만은 그거였다.

누나는 굴을 싫어하기 때문에, 안 먹으니까 굴 반찬은 안 주는데, 왜 자신은 버섯을 먹기 싫다는데 굳이 버섯을 주느냐 이거다.

"어젯밤에는 버섯이 없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어디서 나왔지?"

나는 보통 한 끼 먹을 양의 반찬을 만든다.

그날은 전날 김치찌개를 해 먹고 조금 남아서 버섯이랑 감자랑 두부를 조금 더 추가해서 간단히 한 끼를 해치우려고 김치찌개 리모델링은 한 날이었다.

아들이 버섯을 안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들 그릇에는 에게 버섯을 빼고 담는다고 담았는데 어느 틈에 그 요망한 것이 그릇 안에 쏙 들어가 있었나 보다.

귀신같이 그것을 발견하고는 아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엄마, 버섯 안 먹어도 되지?"

"엄마가 버섯 안 넣었는데?"

"안 넣긴 뭘 안 넣어? 여기 이렇게 있는데."

"이상하다. 엄마가 안 넣는 것 같은데."

"엄마, 설마 나한테 억지로 버섯 먹이려고 일부러 넣고 모른 척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야. 엄마가 뭐가 무서워서 거짓말을 하겠어? 너 버섯 안 좋아하는 거 뻔히 아는데."

"근데 왜 버섯이 들어있을까? 거 참 이상하네."

"그러게. 아무튼 엄마는 일부러 절대 안 넣었어. 그건 오해야."

"알았어, 정 엄마가 그렇다면 엄마 말을 믿지."

"그래."

하여튼 뉘 집 아들인고 말은 잘하셔.


"어머니, 할 말이 있습니다. 잠깐 와보시지요."

아들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시나?

"엄마, 생각을 해 봐. 누나는 굴 먹기 싫다고 하면 빼 주면서 왜 난 버섯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으라고 그래? 엄마도 먹기 싫은 거 있는데 내가 억지로 먹으라고 그러면 좋겠어 안 좋겠어?"

"안 좋겠다."

"그렇지? 그러니까 억지로 먹으라고 하지 마요."

"알았어.(=최대한 너한테 안 들키게 다져버려야겠어. 절대 정체를 알 수 없게 말이야)"

"잘 들어 봐. 누나가 먹기 싫다는 굴은 빼주면서 내가 먹기 싫다는 버섯을 주면 이건 불공평하지. 나한테 버섯을 주면 누나한테도 굴을 먹으라고 줘야지. 그래 안 그래?"

"그래."

"앞으로 신경 좀 써 줘요."

"알았다."

공평, 불공평을 떠나서 나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이고 싶었을 뿐인데, 그날도 나는 아들의 훈화 말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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