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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6시간전

내 아들 누가 업어 갈까 봐 그랬다 어쩔래?

업어 가려거든 남의 아들만 업어 가세요

2024. 11. 18.

< 사진 임자 = 글임자 >


"너 혼자 갔다 왔어?"

"아니."

"그럼 결국 엄마랑 같이 갔어?"

"응."

"혼자 가 보라니까 너희 엄마가 또 같이 간 거야? 당신은 왜 갔어? 애들이 스스로 혼자 하게 해 줘야지 무조건 다 해 주면 어떡해? "


그 양반이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이런 심문을 당할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기원전 1억 년 경에.

본인도 어느 정도 예상했으면서 굳이 또 확인을 하셨다.


내가 아들과 함께 가긴 했지만 내가 나서서 다 처리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양반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 의문이지만) 아들 혼자 편의점에 가서 택배를 찾아오면 자식을 강하게 키우는 것이고 만에 하나 엄마와 동행하게 되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약하게 키우는 것이라 하였다.

적어도 우리 집이 온실은 아니다.

최소한 우리 집 아이들은 화초는 아니다.

온실 속의 화초라니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이다.

"내가 그렇게 혼자 가라고 했는데 기어이 당신이 같이 간 거야? 왜 다 해주려고 그래? 무조건 다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애들을 너무 감싸고돌지 말라니까!"

결국 화살은 나에게 돌아왔다.

내 이럴 줄 알긴 알았다마는 저런 소리 듣는 것도 이젠 지겨웠다.

왜 항상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 옳다고 맹신하는지 모르겠다.

"아들 길 가다가 남이 업어 가버릴까 봐 그랬다, 왜? 어쩔래?!"

나는 다만 이 말만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친아들은 절대절대 누가 업어가면 안 되지만 시어머니의 다 큰 저 아들은 누가 쥐도 새도 모르게 업어가 주실 분 어디 없는고? 데리고 가시겠다고만 하면야 내 몸이 바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친히 내가 둘러업고 원하는 장소까지 기꺼이 업고 갈 의향도 충분히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진심이었다.

"아빠 어렸을 때는 말이야..."

불길한 기운이 몰려왔다.

또 시작하려는 게야.

신물 나도록 들은 그 전설의 '아빠가 어렸을 때는 말이야'이야기다.

나는 전설의 고향 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섭다.

드라큘라, 뱀파이어 그까짓 것도 하나도 겁 안 난다.

하지만 그 양반의 라테 타령은 진저리 칠 만큼 무섭다.

한 번 시작하면 기본이 한두 시간 방영되는 별점 빵점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시리즈이다.

"아빠, 또 시작하네."

딸이 한마디 했다.

"시작 안 해도 돼. 시작도 하지 마. 옛날 얘기 좀 그만해!"

나는 필사적으로 제지하려고 했다. 했으나...

"아빠가 너희만 할 때는 읍내까지 한 시간을 걸어 다녔어.(6.25 해방둥이 아님 주의!) 버스도 안 타고 동네 친구들이랑 걸어서 가고 걸어서 오고 그랬어.(30년 전 그때는 어린이 유괴가 심심찮게 발생했던 흉흉한 세상이었는데? 개구리 소년 뉴스가 아직도 나는 생생하다.) 지금 너희처럼 어디 여행 가고 놀러 다니고 그랬는 줄 알아? 그냥 동네에서 공사장 같은 데서 아무 거나 갖고 놀고 그랬다고.(이 양반, 안전불감증의 최고봉이다. 어디 놀 데가 없어 공사장이람?) 친구들이랑 산 넘어 다니면서 놀고 (그때 산을 넘기만 하고 다시 컴백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님아, 그때 그 산을 아주 건너버렸어야지!) 도로 가로 그냥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그냥 그 옆으로 걸어 다니고 그랬다니까. 그러다가 하마터면 사고 날 뻔한 적도 있었어.(이게 무슨 자랑인 줄 아시나 보다. 아무리 어리고 철없는 시골 애들이라고 하더라도 어쩜 그렇게 행동할 수가 있을까?) 할머니 할아버지 일하시느라 바빠서 일일이 다 신경 못쓰고 그래서 아빠가 아프면 혼자 병원도 가고 그랬어. 할머니가 지금 너희처럼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이 해 줬는 줄 알아? 옛날에 시골에서는 '다' 그랬어. 아빠 때는 다 그러고 컸다고.(이 양반이 또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시네. 우리 부모님은 그래도 병원은 제때 같이 가 주셨다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안 자랐다고. 오빠들이나 내 남동생도 그렇게 안 컸다고.)그리고 너희는 요즘 잘 먹고 잘 살지? 아빠 어렸을 때는 먹고 싶은 것도 다 못 먹고살았어.(거듭 6.25 전후 이야기 아님 주의!) 치킨, 피자 이런 것도 어쩌다 한 번 먹을 수 있었어. 시골에서 그런 걸 쉽게 먹을 수나 있었는 줄 알아?(시골이어도 솔직히 돈만 주면 사 먹을 수는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돈이 없지 치킨이 없나? 돈이 없지 피자가 없나? 나는, 우리 집에 손님이 자주 오시는 편이라 그 시골에 살았어도 햄버거와 치킨은 종종 먹었었고 생일에 케이크도 삼촌들에게 받아봤고, 걸핏하면 어른들에게 과자 종합선물 세트를 받곤 했었다. 시골 어린이라고 해서 다 저 양반처럼 그렇게 산 건 아닌데?) 그런데 너희는 봐봐. 먹고 싶다는 건 어지간하면 다 사 주잖아. 옛날 어빠 어렸을 때 같았어 봐 지금처럼 이렇게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그렇게 살 수 있었겠어? 너희는 배가 불러가지고 호강하고 살지.(옛날에 사무친 게 많으셨나? 또 또 너무 멀리 가신다 이 양반이.)"

우리 멤버들이 한두 번 들은 타령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한두 번 대꾸한 말이 아닌 뻔한 답장을 해줬다.

"옛날 얘기 좀 그만해. 지금이랑 30년 전이랑 비교하면 그게 맞다고 생각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몰라? 세상이 변했다고. 어떻게 본인이 옛날에 생활했던 것만 생각하면서 지금 애들한테 그런 얘기나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옛날에 그렇게 살아서 좋았어? 지금도 그렇게 살고 싶어? 본인이 그렇게 살았다고 해서 지금 애들까지 그렇게 꼭 살 필요는 없잖아. 걸핏하면 옛날에는 이랬네 저랬네 그 소리 하는데 옛날은 옛날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둘이 엮지 말라니까. 본인이 살았던 대로 똑같이 애들이 살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뭐야? 환경이 다 바뀐 걸 알아야지. 세상은 바뀌었는데 아직도 옛날 생각만 하고 살면 사람이 어떻게 되겠어? 그리고 옛날에 그렇게 살았던 게 잘했던 거 같아? 그게 다 옳았어? 옛날에 그렇게 산 게 그렇게 좋았어? 양심이 있으면 솔직히 말해 봐. 뉴스도 안 보고 살아? 세상이 오죽 험해야지. 내가 뭘 그렇게 싸고돌았다는 거야? 최소한 안전하게는 보호해 줘야지. 할 수 있는 건 해 줘야지 부모가. 내가 언제 맨날 애들한테 달라붙어서 안달복달하길 했어 무조건 가는 데마다 따라다니길 했어? 처음 가 보는 길이고 잘 모르니까 그냥 안내차 같이 가 준 것뿐이잖아. 차들이 하도 신호 안 지키고 거기서 사고 날 뻔한 적이 많아서 그런 거잖아. 어른인 내가 건너도 차가 신호도 안 지키고 막 달려들었다니까. 서역 만리 가는 걸 따라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같이 가 줄 수 있는 거지. 우리 애들이 무조건 부모한테 의지하고 살아? 아니잖아. 내가 상황에 맞게 알아서 한다고. 꼭 필요할 때는 관심도 안 갖고 엉뚱한 일에만 끼어들더라? 하여튼 내가 하는 일에만 반대한다니까. 옛날 얘기는 그만하고 요건만 간단히 말하라니까!"

물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의 요점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적당히,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하고 세상이 변했으면 변한 줄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아들도 이제 스스로 하나씩 해 보는 연습을 해 보는 건 어떨까?"

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가?


저 인간,

확실하다.

말하는 거 하며 사고방식 하며 여지없다.

40대는 40대인데 140대인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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