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키우는 일에 문외한에 가까운 편이지만 바질은 그 어떤 초보자가 키우더라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작년에 난생처음 바질 씨앗을 구입해서 화분에서도 키워 보고 친정집 마당에도 심어서 키워 봤는데 둘 다 아주 잘 자랐다. 밖에 두고 키운 바질이나 화분에 심은 바질이나 둘 다 꽃을 피우고 씨도 여물어서 수확하기도 했다. 그 씨앗을 올해 다시 심어서 자손을 번창하게 하려고 굳게 다짐하였건만 안타깝게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끝내 찾지 못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처음 길러 본 식물치고 성공적으로 키워서 자신감이 생긴 나머지 올해도 바질을 심었는데 중간에 살짝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지금 내게는 바질 화분이 총 세 개나 있다. 여름에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도 하나 줬는데 그 친구가 아직도 무사히 잘 기르고 있는지 한 번씩 안부를 묻고 싶지만 주고 나서 간섭하는 것 같기도 해서 꾹 참는 중이다.
바질이 더 거대해지기 전에 좀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줄 생각이었다.
지금 저 화분은 싹을 틔운 후 한 두 달 정도 임시로 기를 요량으로 마련한 것이었고 진작에 새 화분도 사 두었었다.
그런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바질의 성장 속도가 좀 더뎌지는 것 같아 '일단은' 그대로 두고 키우려고 했는데 어느 날 보니 이파리가 저렇게 거대해졌다. 게다가 사이사이에 새로운 가지가 나와서 이젠 정말 다른 화분으로 옮겨 심어줘야겠다고 다시 마음먹었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은 겨울이고, 이미 많이 자란 잎만 몇 개씩 떼어내주면 저대로 두고 키워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겨울에는 분갈이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분갈이를 하는 것도 식물에게는 은근히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한 말도 들은 것 같다. 물론 살짝 귀찮아서 내가 그런 말들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부인할 수는 없다.
2024. 12. 17.
그냥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게 좋아서 바질을 심기는 심었는데 저걸 천년만년 키우고 있을 수많은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저 물건을 어디에 써야 할까?
일단 뜯어야겠지?
뜯어서 어디에 쓴담?
피자를 만들어서 위에 얹어 먹으면 될까?
아니면 바질 페스토?
처음에는 그 많던 바질 싹이 점점 시들해져서 너무 아까운 마음만 들었는데 지금 저 화분 세 개만 있어도 절대 적은 양이 아니니 괜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나처럼(?) 잘 길러줄 사람에게 나눔을 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누구에게?
행여라도 보내고 나서 받은 사람이 잘 신경 써주지 않을까 봐 그게 또 걱정이다.
나는 이렇게 걱정을 사서 하고 있다.
못 미더우면 내가 다 끼고 사는 수밖에.
2024. 12. 17.
2024. 12. 17.
2024. 12. 17.
식용보다는 관상용에 더 가까운 용도로 키우는 것이라 선뜻 먹어치우지도 못하겠다.
왜 난 이렇게 식물을 잘 키워가지고는...
하지만 바질은 깻잎처럼 잎을 자꾸 뜯어 줘야 새로운 가지도 생기고 더 잘 자란다는 말을 또 들은 것도 있고 하니 이발을 좀 해 주자.
그러고 보니 작년에 바질 겉절이를 해 먹은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었지, 참.
저렇게나 싱싱한 푸른 잎이 나이 먹고 노랗게 시들어가는 것보다는 내가 뜯어먹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