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심함 주의
< 사진 임자 = 글임자 >
"10월에 중간고사 본대. 한 달 전부터 준비하면 될까?"
"그렇게 일찍?"
딸은 중학생이 되고 뭔가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았다.(고 그때 잠깐 착각했다.)
"엄마, 중학교 시험은 도대체 어떻게 나와?"
지난달 초에 딸이 다짜고짜 내게 물었다.
"글쎄다. 하도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나."
기억이 나도 그게 맞는 기억인지 보장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물론.
"중학교는 문제는 어떻게 내지?"
"그냥 너 초등학교 때 봤던 단원 평가 그런 것들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분명히 나도 의무 교육을 다 마친 사람이지만 정말이지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았다.
"내 친구들은 다 학원에서 준비하더라."
"그래? 학원 다니면 그러겠네."
"학원에서는 어떻게 준비하지?"
"글쎄다. 엄마도 학원이라고는 평생 다녀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해야 되는 거야?"
단지,
중간고사를 대하는 저 자세만 본다면 내 딸은 전교 1등도 할 것만 같다.(고 또 잠시 혼자만 착각했다.)
"한 달 남았으니까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겠지?"
"벌써부터 하면 다 잊어버리지 않을까?"
"다들 그렇게 하는 것 같던데?"
"그래? 친구들은 벌써부터 해?"
"응, 학원에서 하니까."
"그러게. 넌 학원을 안 다니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겠지?"
"너무 무리하지 마. 그냥 평소에 잘해 놨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도 시험이니까 준비해야지, 미리."
"아니야, 시험이고 뭐고 건강이 최고야. 밥이나 잘 먹고 잠이나 잘 자고 그러면 돼."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벌써 딸의 남다를지도 모를, 과거의 나와는 딴판일지도 모를 성적표를 상상하고 있었다.
"엄마는 네 나이 때 시험이라고 해서 그렇게 미리 준비 안 했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벌써부터 준비할 생각을 다 했어?"
"나중에 하려면 힘드니까 그렇지. 엄마 나 내일 6시 반에 깨워줘."
세상에, 만상에.
중학교 1학년 짜리가, 고작 중학교 2학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청소년이 새벽 기상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다니!
"새벽부터 뭐 하게?"
"시험 준비 해야지."
"그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아니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할래."
"그냥 잠이나 푹 자. 지금 한창 클 때니까 키나 더 크라고. 공부는 나중에 좀 따라잡을 수 있지만 키 크는 순간은 지나면 절대 클 수 없어."
"아무튼 내일 깨워줘. 알았지? 알람도 맞춰 놨으니까."
"알람까지 맞췄어?"
"응."
너 때문에 나까지 잠 못 자는 거 아니야?
그래봤자 우리 집에서 항상 5시경에 새벽 기상 하는 사람이 나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니 쟤가 갑자기 왜 저렇게 나오실꼬?
이제 고작 중 1인데, 고등학생도 아닌데, 수능 시험도 아니고 그저 중간 고사일뿐인데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한 달 전부터 이러다가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정작 시험 당일에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쩐담?
얘가 아직 뭘 몰라서 저러나?
미리부터 호들갑 떨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체력이라도 방전되어 버리면 어쩐다지?
얘가 뭘 해도 하겠어, 지금 이런 마음 자세로 본다면 말이지.
이렇게 흐뭇할 수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도 알람을 추가로 몇 개 더 맞춰놓았다.
다음날,
딸이 원하는 시각에 알람은 울렸고 나는 딸을 깨우러 갔다.
"합격아, 6시 반이야."
놀랍게도 딸은 내 말 한마디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공부'씩이나 하기 시작했다.(공부한 거 맞겠지?)
어마?
얘 좀 보게나.
정말 일 내겠네.
그 다음날, 또 그 시각이 되자 나는 딸을 깨웠다.
그러나...
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합격아, 알람 울린다."
아무 대꾸도 없었다.
좀 있다가 일어나겠지, 했다.
이런 나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딸은 푹 숙면을 취하셨다, 거의 8시가 다 되어 가도록.
그리고 그 패턴은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합격아, 7시 반이야."
깨우는 시간이 한 시간 늦어졌을 뿐이다.
어쩔 땐 서 너 번을 더 깨워도 꼼짝하지 않는다.
거의 8시가 다 되어가서야 일어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아무렴,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지.
그래,
딸아,
시험공부는 무슨 시험공부라더냐.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은 하면서도 속마음과는 살짝 다른 나의 이중성에 혼자만 속으로 뜨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