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 힘겨워져 어떻게 제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감정적인 고통을 겪고 있을 때는 큰 재앙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문제들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작은 문제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더 큰 절망에 빠질 수가 있다. 스몰 스텝 전략의 하나 또는 전부를 이용해 해결책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미친듯한 분노로 가득찬 일상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주말부부를 하면서 1살, 3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남편에 대한 사랑을 분노와 미움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가족의 소중함보다 나를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랬다. 나는 엄마로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충분히 사랑을 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화를 표출하면서 아이들의 가슴을 메마르게 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를 한창 부르짖는 아이들 몰래 아무런 반응도 대답도 없이 싱크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혼자 캔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이 그때 당시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이런 일상들이 더이상 정상적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가족과 함께 있는 일상이 끔찍한 지옥처럼 느껴지는 내가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지옥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 내가 선택한 스몰 스텝은 기도하는 일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아이들한테 화내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를 하면서 깨달은 다음 스텝은 '그렇다면 아이들한테 화내지 않으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까?'였고, 나는 내 힘과 의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혼자 힘으로, 또는 친구와의 수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때.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병원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약 2년간 병원진료를 받으면서 나는 드디어 내 일상이 정상궤도에 오르게 되었음을 실감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남편이 나를 위해 움직이는 사소한 배려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아이들이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저리도록 감사한 일인지...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사소한 일상들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안의 나와 대면하면서였다. 늘 혼자서 모든 것을 씩씩하게 헤쳐나가야만 했던 나의 삶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라 믿었던 남편의 부재, 충분한 지지와 사랑없이 자라온 나의 어린시절. 이 모든 문제들이 한데 얽혀 분노에 가득찬 나를 만든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작은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소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졌을 때 움직인 나의 스몰 스텝은 다음 단계, 그 다음 단계로 나를 옮겨놓으면서 작은 문제 안에 숨겨진 큰 문제를 발견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제는 자꾸만 화가 올라올 때. 어떻게 나를 다스려야 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탐색하며 체득해 나가는 중이다. 심호흡을 하고, 밖으로 나가 걷고,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상황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고...뇌 과학과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고...독서를 하고...다양한 시도들 속에서 나는 '작은 문제'를 딛고 크게 성장해가는 느낌이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와보니 내 삶에 얼마나 많은 햇살이 가득한지 실감한다. 모든 것은 가능성이 열려있고, 나는 잘 될 것이다. 작은 문제로부터 시작된 나의 큰 문제는 작은 해결책으로부터 큰 해결책이 되었고, 이로써 나는 앞으로 만날 더 큰 문제들과 자신있게 대면할 수 있는 대범함을 얻었다. 작은 문제의 실뿌리에 얽혀 있는 큰 문제. 그리고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해결책. 나는 차근차근 내 인생의 좁디 좁은 계단 한 칸 한 칸을 성공적으로 오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