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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Jul 17. 2022

과거의 하루 기록 (9)

2021년 07월 05일의 기록

"편지"


예로부터 말을 먼 곳으로 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편지가 사용되었다. 생각을 글로 담아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가 점점 진화되어 오늘날의 메신저의 형태로 바뀐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생각을 직접 손으로 적어야 하고 정제해서 최상의 글을 만든 뒤, 며칠 뒤에 상대에게 전달이 되는 이 편지라는 체계는 그래서 내 생각에는 꽤 낭만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보인다.


나는 편지를 잘 쓰지 못한다. 답장은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다. 먼저 이야기하는 것에 썩 소질이 없을 뿐이다. 대상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즉각적인 반응 없이 펼치는 것은 농담이 아니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과 마음을 조리 있고 구성력 있게 깔끔한 글로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최대한의 많은 글들을 써보고 있지만 진행이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지금 당장 며칠 전에 써놓은 이런 잡문들만 하더라도 다시 읽어보면 쓸 때는 신나서 쓰더라도 막상 다시 읽어보면 꽤 별로다. 역시 글 쓰기에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닌 걸까.


편지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번 수개월 동안 참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 편지를 썼던 것 같다.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몇몇 사람들에게 가는 편지들에 한해서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몇몇 친구들에게는 조금은 미안해지려고 한다. 마음을 듬뿍 담아 보내려고 해서 그랬던 것인지, 오히려 역효과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말과 다르게 생각이 어느 정도는 정제되기 때문에 더 솔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거짓말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직접 마주 보고 있는 상태로 전하는 것이 아니기에 평소라면 더 못할 법한 말들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살짝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서 느낀 생각인데 글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결국 자기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고 억지 부리는 것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진짜 오롯이 내 생각이 담긴 글들을 쓰려고 노력할 법도 한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오히려 잘하고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게 맞나 싶다.




그리고 오늘, 2022년 7월 17일의 첨언


생각해보면 마음을 전하는 일은 굉장히 힘들다. 나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구는 알아차리지 못해 갸우뚱하고 있을 수 있는 노릇이다. 반대로 보낸적도 없는데 보냈다고 착각하는 일도 다분히 있다. 이런 의사소통의 어려움, 마음과 마음이 생각보다 이어지기 어려워서 명확하게 하려고 글이라는 수단과 편지라는 방법이 생긴 것은 아닐까.


사전을 열어보니, 편지는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이라고 적혀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편지보다 더 넓은 범위로 봐도 되지 않을까. 미래의 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런 글을 적는 것은 곧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포괄적은 범위에서 일종의 편지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자성어 '이심전심'은 본래 부처가 교훈을 주기 위해 제자들을 불러 모아 연꽃을 집어 들었을 때, 그것을 보기만 했는데도 그 뜻을 이해한 제자 사이의 일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부처도 아니고 그의 제자도 아니다. 그러니 마음을 전할 때는 확실한 물증이 필요하다. 재판에서도 증거가 중요하듯, 우리 일상에서도 확실한 무언가가 남아있는 것이 늘 중요하다. 그러니 글이든 말이든 남겨놓는게 중요하다. 남아있는 것이 있어야한다. 마음을 전하는 일.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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