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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Aug 08. 2022

과거의 하루 기록 (13)

2021년 07월 11일의 기록

"거짓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어디서든 벗어나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 중에 하나는 아마 거짓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먹이 사슬의 정점을 차지하고, 사람의 천적이 암묵적으로 사람으로 바뀌게 되면서 태초에 누군가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면, 거짓말은 우선 같은 언어 체계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생존에 불리한 일이었다면 남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거짓말은 사람 대 사람의 상황에 최적화된 모종의 생존수단과 같은 것임에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나 자신은 거짓말을 잘하지 못한다. 개인의 문제인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정직하게 사는 편이 낫다고 어려서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커서 거짓말을 하면서 말을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말하지 않고 속에 쌓아두기로 결정을 했나 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황당한 삶을 살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한 대가인지도 모르겠다. 생존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생물은 도태가 되는 법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잘하는 거짓말이 딱 한 마디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괜찮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힘이 들어도, 화가 나도, 주저앉고 싶어도, 진짜 너무 아파도 그냥 이 한마디면 해결이 되는 듯하다. 물론 이 말을 들은 다른 사람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최근 들어서 괜찮다고 거짓말한 적이 꽤 많다. 살기 정말 힘든데 괜찮다고 말하고, 우울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오랫동안 그래서 나 스스로도 무감각해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상태가 썩 좋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 스스로 최근에 한 거짓말 중에 속으로 제일 씁쓸한 것은 아무래도 


"난 어떻든 괜찮으니까, 넌 네 생각만 하고 네 삶을 살아."


누군가가 갑자기 내 곁에 남아있지 못할 때 늘 하는 거짓말이다. 붙잡고 싶은 사람들을 괜찮은 척 보낸다고 혼자서 꽤 많이 앓았다. 그래서 그 뒤로 조금은 나 혼자서 집착이 조금은 심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색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생각하면 차라리 그냥 혼자 담을 쌓고 구석에 앉아 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2022년 08월 08일의 첨언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이유가 어떻든 크고 작은 정도가 어떻든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좋은 의도로 했을수도 있고, 악의적으로 했을수도 있다.

거짓말의 의도와 결과는 상관이 없다.

거짓말은 그저 거짓말일 뿐이다.

지나치게 정직한 삶을 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세상은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차기를 원하지만, 누구나 남을 속인다.

정작 자기 자신은 거짓말을 그치지 않는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세상에 선량한 사람이 많다면 이득을 보는 것은 내 자신이기 때문이리라.


It is better to be a human being dissatisfied than a pig satisfied; better to be Socrates dissatisfied than a fool satisfied.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사람이,

만족한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좋다면

차라리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거짓말은 안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속이면서까지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내게 돌아오기 마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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