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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Aug 16. 2022

하루 기록 (10)

2022년 08월 16일의 기록

"실패에 관하여"


최근 들어서 문득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일단 해보고 실패하는 편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인지, 누구한테 들었던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흔하게 들어봤을 법한 그런 말이다. 그리고 누구나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할 법한 그런 뻔한 말이기도 하다. 오늘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실패와 관련되어 있기만 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선 이것 하나만은 인정하고 들어가도록 하자.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각자 실패를 바라보는 그 태도가 다르기에 똑같은 실패를 하더라도 받는 대미지가 다른 것이다. 누구는 기대를 하지 않아서, 혹은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실패를 하더라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또 다른 누군가는 성공만을 상상하는 꽃밭을 그려놓다 실상 실패로 가득 찬 허허벌판을 만나고 좌절할지도 모른다. 실패란 원래 그런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 실패를 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역량도 참 중요하다.


그럼 오늘 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일단 해보고 실패하는 편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은 왜 했을까. 사실, 실패와 그 뒤의 일은 개인의 차이다. 그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잃을게 많거나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격려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이 말을 해주기 전에, 이 말을 듣게 될 사람에 대해서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서로 같지는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나는 겁이 많다. 잃을 게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하나하나 소중해서 잃는 행위 자체를 두려워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더라도, 내가 느끼는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실패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고민해본 적이 있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0승 0패 對 실패를 맛보고 교훈을 얻은 0승 1패


아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한 이치다. 투입되는 것이 없는데 산출되는 것이 있을 리 없다. 누군가는 비난할지도 모른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 비난한다면, 겁쟁이로서 소신발언을 하겠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안 했다. 그 실패에 대한 비용이 너무 큰 것이 문제다. 경험이라도 얻어보자고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실패가 훤하게 보이는 일, 내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을 굳이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다. 한 번뿐인 인생, 경험이라도 많이 해보는 것이 좋지 않냐고들 한다. 하지만 반대로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을 그렇게 실패로 얼룩덜룩 물들이는 것도 너무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런 흔적이 없다면 정말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초라한 인생이 되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안 하고 도망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같이 겁이 많아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라도 정말 좋아하는 일, 해내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정말 최선을 다 한다. 찔끔해보고 해 봤다고 생색내는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열심히 한다. 그만큼 간절한 일이라면 실패를 무릅쓰고 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겁쟁이가 보기에 무슨 일에 도전한다는 말은 생각보다 무거운 말이다. 사전을 펼쳐보면 알 수 있다. 도전한다는 것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다. 결코 가볍게 쓰일 단어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도전을 한다는 것이 분명 대단한 일이고 멋진 일이지만, 실패를 겪기 싫어하는 나와 비슷한 그런 사람이라면 자중할 필요가 있다. 정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일이면 안 해도 좋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나는 도망치는 것도 살아가면서 필요한 덕목이라고 분명 생각한다.



"그럼에도 실패를 했다면"


사실 누구나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와, 이렇게만 준비해서 이렇게 되면 정말 기가 막히겠는걸?' 하는 그런 말도 안 되지만 된다면 정말 엄청난 계획을 누구나 짠다. 누구나 그런 최상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하며, 그렇게 되리라 굳건히 믿고 행복 회로를 불태운다. 하지만 세상은 늘 쓰다. 기대는 늘 이하에 미친다. 되고 싶은 일은 꼭 안되고, 피하고 싶던 일은 꼭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라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때가 있다.


흔히들 실패를 교훈 삼아 더 날아올라야 한다고 한다. 실패를 했으니, 그 일을 경험으로 삼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칼을 갈아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똑같은 일로 실패하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한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는 것은 잔인하다. 특히나 실패를 두려워해서 모든 것을 걸고 도전했을 겁쟁이에게 힘내라고 하는 말은 더더욱 잔인한 말이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상처도 그 크기가 너무 크지 않고 충분히 혼자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당장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괜찮아진다. 그러니 힘을 내려고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좋다. 그 일을 시도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달려왔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아파할 수 있을 때 아파하자.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때 실컷 울자.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무리를 하는, 정작 울고 싶을 때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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