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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Jul 07. 2022

과거의 하루 기록 (5)

2021년 07월 01일의 기록

"차단"


무언가를 차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물리적으로 떼어낸다거나 원격 통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터치 몇 번, 클릭 몇 번이면 손쉽게 누군가를 나에게서 차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쉽게 막을 수 없는 존재들도 분명히 있다. 조금만이라도 틈이 보이면 비집고 들어와 어느새 넘어와있는 그런 '물' 같은 존재도 있다.


사람에게 완전하게 차단하기 힘든 그런 '물'과도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나는 당연히 '마음'이나 '생각'과 같은 형이상학적 차원에 있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마음이나 생각은 나 스스로에게서 일어나고 생기며 그중에서도 '마음'이라는 존재는 이성의 제어에서 특히 벗어나기 쉽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 내 생각을 통해 내 안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것은 통제하기 쉽지 않아서 밖에서의 접근과 달리 차단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을 잊으려면, 혹은 누구를 잊으려면 무작정 싫어해본다거나 다른 것을 통해서 덮어버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나 자신에게서 생기는 법이다. '나'는 '나' 자신을 차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흔히 내가 이야기할 때, 무언가가 꼬리표처럼 달려 있거나 그림자같이 붙어있다고 하는 이유는 온전히 내 잘못이다. 현재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도저히 보이지 않을 때 과거의 좋았던 일들만 찾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견디는 어찌 보면 조금은 나약한 나 자신의 탓이다. 더 웃긴 것은 이번에도 그렇다는 점이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성이 중요하다고 떠들고 깨어있는 척하면서 스스로 조절을 못하다니 참 꼴 사나운 것 같다.


내가 내 마음이나 생각들을 스스로 차단하고 온전하게 막아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지금, 2022년 7월 1일의 첨언


An idea is like a virus. Resilient. Highly contagious. And even the smallest seed of an idea can grow. It can grow to define or destroy you.


영화 "인셉션(2010)"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극 중 '도미닉 코브')가 심층 의식 속에 생각을 심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드는 비유다. '아이디어란 바이러스와 같아서, 아무리 작아도 크게 번져 당사자를 정의하거나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행위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이다.


생각을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각이라는 행위는 사람을 비로소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근대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도 사람은 생각함으로 인해 그 정의가 확정된다고 이야기하는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이야기한 바 있다. 사람과 생각하는 행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오히려 생각한다는 것, 생각함으로 인해 생기는 아이디어는 바이러스와 같다고 표현한 비유는 꽤 강렬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저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는 흔히 '만에 하나'라고 하며 스윽 지나가듯이 떠올린 생각이어도 막상 잊거나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면 오히려 더 뇌리에 박히게 된다. 조금이라도 품고 있던 마음,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생각들은 잠시 잊힐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 한 번쯤은 존재를 비추고는 사라진다. 그만큼 내 정신에서 무언가를 떼어내기란 그 정도로 힘든 것임에 틀림없다.


생각을 떼어내는 법. 나한테 붙은 그 어떤 꼬리표를 떼어내는 법.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거듭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떼어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떼어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 생각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떼어내 버릴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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