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익숙한 나라들과 접해있다는데도 라오스라는 곳은 내게 감이 없었다. 그만큼 나에겐 생. 소. 한 나라였다.
남편의 근무지가 라오스로 옮기게 되었고 덩달아 나에게 라오스살이의 기회가 온 거다. 남편만 홀로 보내기엔 기간이 짧지 않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모두가라오스로 함께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사정을 알고 보니 한국살이를 정리할 시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연합 행사가 코앞에 있던 터라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린 한국살림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리했고 나에게 한국살이, 살림살이, 친구사이 등 아쉬움을 떨어댈 틈도 주지 않은 채 곧 내 나이 마흔, 그렇게 마흔 번째 서랍 속 미지의 책 첫 장이넘겨진 거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는 궁금해졌다.이렇게 넘겨진 페이지가, 신이 내게 주고 싶어 안달이 난 '서프라이즈'인 것인지, 신도 당황스러울 만큼 급히 열어젖혀야 했던것인지, 이렇게 된 거 일단 흘러가보기로.
그리고 이 장을 비러나의 한국살이에 큰 힘을 보태주던,지금쯤 아이 셋과 씨름하며 애쓰고 있을 내 친구에게 보낸 나의 신상 세탁기와, 건조기에게 내 친구를 잘부탁하노라고, 그리고 고마웠다고다시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집의 고철들 챙기시던 고물상 아저씨에게 납치당한
나의 주스 착츱기에게도, 결코 내가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나는 너를 아꼈고 소중한 나의 딸이 너, 착츱기를 그리워한다고 전해주고 싶다.(열대과일이 넘쳐나는 이곳 라오스의 나는 너가 더 그립다.) 혹시이곳에서 다른 착츱기를 들이게 되더라도 나는 너의 이름으로 부를 것이라는 것도.
그간 한국에서의 내 삶에게도 '다시 보자' 인사를 전한다.
왜, 많은 나라들 가운데 '쏙' 집어 라오스여야 했는지 이제부터 한 장씩 꼼꼼히 들여다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