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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라오 Oct 26. 2024

프롤로그

쏙' 집어 라오

'라오스가 뭐야?'


난 걸려온 전화 너머에 있는 남편에게 물었다.

그게 뭐냐고.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쯤에 위치한 나라.

비행시간으로 대한민국에서 5시간 반거리에 있으며 태국과 베트남과 국경이 닿아있는 나라.

이렇게 익숙한 나라들과 접해있다는데도 라오스라는 곳은 내게 감이 없었다. 그만큼 나에겐 생. 소. 한 나라였다.


남편의 근무지가 라오스로 옮기게 되었고 덩달아 나에게 라오스살이의 기회가 온 거다. 남편만 홀로 보내기엔 기간이 짧지 않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모두가 라오스로 함께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사정을 알고 보니 한국살이를 정리할 시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연합 행사가 코앞에 있던 터라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린 한국살림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리했고 나에게 한국살이, 살림살이, 친구사이 등 아쉬움을 떨어댈 틈도 주지 않은 채 곧 내 나이 마흔, 그렇게 마흔 번째 서랍 속 미지의 책 첫 장이 넘겨진 거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는 궁금해졌다. 이렇게 넘겨진 페이지가, 신이 내게 주고 싶어 안달이 난  '서프라이즈'인 것인지,  신도 당황스러울 만큼 급히 열어젖혀야 했던 것인, 이렇게 된 거 일단 흘러가보기로.


그리고 이 장을 비러  나의 한국살이에 큰 힘을 보태주던, 지금쯤 아이 셋과 씨름하며 애쓰고 있을 내 친구에게 보낸 나의 신상 세탁기와, 건조기에게 내 친구를 잘 부탁하노라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다시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집의 고철들 챙기시던 고물상 아저씨에게 납치당한

나의 주스 착츱기에게도, 결코 내가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나는 너를 아꼈고 소중한 나의 딸이 너, 착츱기를 그리워한다고 전해주고 싶다.(열대과일이 넘쳐나는 이곳 라오스의 나는 너가 더 그립다.) 혹시 이곳에서 다른 착츱기를 들이게 되더라도 나는 너의 이름으로 부를 것이라는 것도.

그간 한국에서의  내 삶에게도 '다시 보자' 인사를 전한다.


, 많은 나라들 가운데 '' 집어 라오스여야 했는지 이제부터 한 장씩 꼼꼼히 들여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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