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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라오 Oct 28. 2024

초면입니다만.

쏙' 집어  라오



'삐비비비- 삐비비비'


알람 소리에 눈을 힘겹게 들어 올리는데 하얗고 높고 낯선 천장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디지?'시간이 한참 멈춰버린 것 같다.

'아, 라오스.'


호텔에서 월셋집으로 옮긴 지도 며칠인데  높고 하얀 천장과 마주하는 아침은 아직도 낯설다. 콧등까지 이불을 끌어당긴 채 한 동안 응시하던 천장에서 시선이 옆 욕실 문쪽으로 향했다.


'불을 안 껐네' 

비몽사몽 간 불을 끄려는데 스위치가 모두 OFF상태다. 바로 안을 들여다보니  '아.. 속았네 또...' 세상 화사하고 포근한 빛이 채광창을 통과해 욕실 전체로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둥지를 튼 이 아파트 욕실은 한국의 보통 아파트와 달리 환기용이 아닌 빛을 모아 담는 채광창이 있다.

조명빨 잘 받는 화사한 욕실 덕분에 고맙게도 난 매일 아침 기분부터 씻는다.


그리고 이곳에는, 

시원시원함이 장점이지만, 떨어트린 노트북 마우스를 가차 없이 두 개나 보내버리고 한결같이 딱딱하게 구는 타일바닥,

신기하게 방마다 설치되어 있는  환풍기들, 작고 귀여운 한 칸짜리 싱크대, 한 낮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암막커튼이 함께 동거 중이다.


참, 숨바꼭질 선수 해충담당  도마뱀을 빼놓을 수 없겠다.(징그러운 벌레도 날름 잡아먹는 녀석들이 겁은 많아 다행이다. 나만 보면 먼저 도망치니.)

여하튼 처음 접하는 문물들과 적응하랴 보따리 풀어 물건들 자리 찾아주랴 분주하지만  나도 내 자리 찾아 '이방인' 아닌

' 방주인'되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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