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입사 후 2주간의 신입 교육을 받고 회장에게 사령증을 받는 행사가 있었다. 그 행사에서 회장은 인생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하다가 이상한 질문을 했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회장은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며 그 토대가 되는 회사생활의 숭고함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듯했다.
그때 한동기의 답은 특이했다.회장의 의도와는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고 회사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들을 거라 예상치 못한 형이상학적인 것이기도 했다. 그는 행복의 조건이 불행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철학적인 대답이었다.
자연의 법칙도 그렇다. 빛이 있기 때문에 어둠이 있는 것이고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이 있는 것이다.그처럼 인간의 삶에도 행복만 있다면 행복은 보이지 않을 것이고 불행만 있다면 불행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 질문을 한 회장과 그 대답을 한 입사동기와 영원히 작별을 하고 회사와 동떨어진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입사를 한 그날과 같은 계절이 돌아와 약간은 더운 듯 하지만 아침에 코끝으로 서늘함이 느껴지는 가을이 되었다. 추억이라면 추억일 그날을 떠올리다가 행복의 조건은 불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 불현듯, 그동안 생각한 행복과 불행의 개념이 전복되는 순간이 왔다.
어린 마음에 내가 불행을 많이 겪었으니 남은 날은 행복할 것이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마치 인생에 행복과 불행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인생은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 게 아닌 것 같다. 불행 끝에 낙이 온다든가 하는 권선징악 류의 말들도단순히 불행을 겪는 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게 아닐것이다.
어쩌면 불행을 겪은 사람만이 행복을 감지하는 예민한 눈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인생은 거기 있을 뿐 거기서 행과 불행을 읽어내는 건 인간인 것이다.